SK이노 합병 마무리… 내달 공식 출범SK스페셜티 매각 협상 중… SK컴즈 등도 추진하반기도 계속 … 큰 것 한방 없단 지적도
  • ▲ SK서린빌딩ⓒ뉴데일리DB
    ▲ SK서린빌딩ⓒ뉴데일리DB
    인공지능(AI)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인 SK그룹의 리밸런싱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이 부족한 계열사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통폐합함으로써 압박받던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사흘간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CEO 세미나'를 개최한다. 내년 경영 전략을 마련하는 자리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놓고 최고경영진들의 난상토론이 예상된다.

    SK그룹은 앞서 지난 6월 28일 경영전략회의에서 핵심 사업 강화를 위한 계열사 합병과 매각을 논의했는데 이번 회의도 연장선상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SK그룹은 6월 회의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안을 내놓는 등 파격 행보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내달 초 자산규모 100조원의 초대형 합병 법인으로 재출범한다. 굳건한 석유화학 산업 입지에 재생에너지와 수도 등 미래 에너지까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알짜로 평가되는 SK스페셜티 매각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이물질을 세척하는 고순도 세정 가스를 생산하는 곳으로 몸값만 4조3000억원에 달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는데 매각이 성사되면 상당한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된다.

    네이트와 네이트온을 운영하는 계열사 SK컴즈 매각도 추진 중이다. SK컴즈는 지난해 영업손실만 86억5000만원으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데다 SK텔레콤이 출시한 AI 플랫폼 '에이닷'이 히트를 치면서 그룹 내 입지도 좁아진 상태다.

    SK그룹은 이 외에도 분리막 제조사 SK IET와 SK엔펄스 매각도 타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베트남 마산그룹에 투자한 지분을 27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사업 리밸런싱에 매진하면 SK그룹 종속회사는 올해 초 716개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667개로 49개 줄었다.

    그룹 리밸런싱을 진두지휘 중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관리도 안되는 회사가 이렇게 많은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SK그룹 계열사는 217개로 삼성전자나 현대차그룹, LG그룹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 합병과 SK스페셜티 매각 등 굵직한 성과를 냈지만, 아직 결정적 한방이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배터리 기업 SK온의 실적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데다,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 사업도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이다. 티빙과 합병을 추진 중인 콘텐츠웨이브나 쇼핑몰 11번가 매각이 진척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연말 예상되는 대규모 구조조정도 그룹 내 분위기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리밸런싱 초창기에는 알짜 회사도 내놓을 기세였지만, 어느 정도 위기를 수습했다고 판단했는지 최근에는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면서 "향후 시장추이를 봐가며 IPO(기업공개)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