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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넘게 표류하던 현대차그룹의 GBC 건립 프로젝트가 문재인 정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내년 상반기에 착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원하던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못이기는 척 인허가를 해주겠다는 것이어서 그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자동차 판매 감소로 실적이 저조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GBC 건립을 위한 추가 투자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의 뜻하지 않은 선물 보따리에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확대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고, 2019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국토부 수도권정비심의원회 실무위원회가 세 차례나 보류를 결정한 현대차그룹의 GBC 건립 프로젝트를 내년 1월까지 본회의 심의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렇게 될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3년 준공이 가능하다.
표면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숙원 사업을 이룰 수 있는 희소식 같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다.
우선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의 핵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올해 들어 판매 감소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3분기에 영업이익이 76% 급감하면서 위기 상황임을 알렸다. 해외 판매가 감소하면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은 물론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더욱 시급하고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GBC 건립 비용으로 3조7000억원, 기부 채납 1조원, 한전부지 인근 개발 비용 7조원 등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앞서 한전부지 매입 비용으로 현대차그룹은 10조5000억원을 써서 낙찰을 받았다. 총 20조원이 넘는 프로젝트이기에 자금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인허가를 꾸준히 요구했던 사항이기는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정부의 결정이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현대차그룹에 돈을 풀라는 우회적 압박이라는 지적도 있다.
4년 넘게 질질 끌어오던 것을 경제가 어려워지자, 태도를 바꿔 기업의 곳간을 열도록 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의 숙원사업 해소를 해결해줬다는 생색을 내면서 실리는 정부가 챙기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때문에 정부 정책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으며, 자칫 현대차그룹이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 GBC 건립을 추진하다가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개발을 위한 인수합병과 투자에 신경을 써야하는 시점에 부동산 사업에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형국이 됐다”며 “부가가치가 얼마나 창출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꾸짖었다. 그는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정부가 마음이 급해지면서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닌 것 같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지금이라도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인허가 문제가 정부의 경제활성화로 포장돼 공정하지 못하게 처리된다면 특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향후 정권이 바뀌었을 때 현대차그룹한테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정부의 정책 방향 설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특별한 언급을 하지 못하고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