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화정책 정상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새로운 정책 운영체계 및 수단 연구 의사 내비쳐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신년사를 통해 "내년에도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불확실성과 금융·경제 환경의 변화에 유의하며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2%대 중·후반 성장세를 보이고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목표에 수렴하도록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와 물가 흐름 등 거시경제 상황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을 균형 있게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은은 내년부터 적용할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 2.0%로 확정했다. 기존 목표치와 같은 수준인 2%로 유지하되, 주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물가목표의 3년 적용기간을 없앴다.

    이는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목표수준에 안착시켜 경제활동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고 통화정책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더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주열 총재는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해 올해와 비슷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안팎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미·중 무역분쟁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우리나라는 자본시장 개방도와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대외리스크 변화의 파급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는 "미국과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된 상황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지속 등으로 글로벌 위험회피성향이 증대될 경우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대외리스크 변화가 금융시장의 가격변수와 자본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지속적으로 약화하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주요 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낮아지는 데다 경제가 성숙 단계에 이르면서 투자를 통한 자본축적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주요국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산업 고도화와 산업 간 융복합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며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미래 성장의 원천이 될 선도사업을 발굴·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에도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히기 위해 금융·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경기판단지표를 확충하고 예측모형을 개선해 전망의 정도를 높이는 한편 금융시스템 리스크 평가기법을 고도화해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분석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중립금리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할 경우 통화정책의 대응여력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연준 등은 이미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통화정책 운영체계와 수단의 재검토 등 관련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에 한은도 금융·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통화정책 운영에 제기되는 체계와 수단을 새롭게 연구하는 데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년부터는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공개할 계획도 내놨다.

    이 총재는 "이는 정책의 신뢰도를 높여 중장기적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한은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데 걸맞게 국제 기구 및 협의체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협력채널을 강화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