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에도 지난해 면세업계 최대실적 흥행 이유는 '따이공'면세업 생태계 흐려… 정부 차원의 대안 나와야
  • 미세먼지가 짙게 깔린 14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입구 앞은 한겨울 추위도 빗겨 갈 만큼 열기로 가득했다. 면세점 개장 시간인 오전 9시 30분이 채 되기도 전, 스타에비뉴 거리는 중국말 소리로 북적였다. 

    이들은 바로 ‘따이공’이라 불리는 중국의 보따리상이다. 줄을 선 따이공의 숫자는 어림잡아 20~30명. 검은 외투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선주문을 받고 한국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중국으로 전달하는 구매대행 업자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국 단체관광이 금지되면서,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고 싶은 이들에게 대신 물건을 사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면세점업계의 매출은 주로 따이공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사드 이전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했던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의 경우 아직 뚜렷한 회복세가 없었던 지난 2018년 국내면세점 매출액은 172억3817만달러(19조230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4% 증가한 수치다. 작년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 면세점 매출의 약 70%가 따이공에서 나온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문제는 지나친 따이궁 의존도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1일부터 온라인 판매업자의 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하는 ‘전자상무법’(전자상거래 등록법)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따이공을 통해 물건을 공급받는 웨이상(온라인판매상)들의 활동이 최근 눈에 띄게 위축됐다. 웨이상들이 따이공을 통해 확보한 물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면 세금을 내야한다. 전자상무법상 미등록 웨이상은 최대 200만위안(3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면세업계는 전자상무법 시행으로 한순간에 따이공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관측까지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면세점업계는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한 구조로 변하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자 보따리상이 그 자리를 고스란히 메우면서 사실상 따이공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문제로 한 관계자는 “지금 면세점은 건강하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형적인 매출 구조를 가지고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 정부의 규제에 언제 꺼질지 모르는 따이공 열풍에 마냥 기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 정부가 전자상무법 시행과 같은 따이공 규제에 나서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걸 면세업계는 기억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사드 사태의 원만한 마무리로 유커, 싼커 등 순수 관광객 비율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면세쇼핑 대신 중국 관광객을 불러들일만한 새로운 관광 콘텐츠 개발이 함께 필요하다. 순수 관광객이 증가하면 따이공은 자연히 줄게 된다. 

    중국 일변도의 시장을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고 다양한 쇼핑 콘텐츠로 승부할 때다. 정부도 따이공 실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선에서 관리감독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