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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고금리 매력을 앞세워 연초부터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업황 부진에 대비해 '실탄'을 채우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날 8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트랜치는 3년과 5년으로 나눠 각각 600억원, 200억원을 배정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측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차환 및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상반기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은 모두 1500억원이며 하반기에는 8월에 1200억원어치 공·사모채 만기가 돌아온다.
공모채 발행일은 내달 12일이다. 채권 발행 업무는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가 공동으로 추진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수요조사 결과 롯데건설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다"며 "긍정적 등급전망을 달고 있는데다 실적이 개선돼 기관수요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앞서 '오버부킹'을 기록한 현대건설, 한화건설, 태영건설 등과 같이 건설 회사채의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현대건설의 경우 모집액 2000억원의 5배에 가까운 96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현대건설이 1조원에 가까운 청약 자금을 모은 것은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3년물과 5년물에 각각 4100억원, 4200억원이 몰려 흥행을 이끌었다. 7년물에는 130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당초 현대건설 측은 3년물 700억원, 5년물 1000억원, 7년물 300억원을 각각 공급할 예정이었다.
이어 26일에는 한화건설과 태영건설이 각각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한화건설의 경우 2720억원, 태영건설에는 284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들 건설사는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건설사들의 공모채 발행은 잠잠했다. 부동산 관련 규제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우려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HDC현대산업개발이 13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한 이후 공모채 시장이 조기 폐장됐다. 하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 늦어지면서 건설사들이 조금이라도 낮은 이자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공모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지난해 11월 인상 이후 연 1.75%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부각되고 있는 금리 매력으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 회사채의 경우 업종 디스카운트 탓에 채권 민평금리가 동일등급 대비에 비해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수요예측 당시 3년물과 5년물, 7년물 민평금리는 각각 2.236%, 2.491%, 3.106%였다. 동일등급 AA- 민평금리보다 3년물(2.181%)은 5bp, 5년물(2.376%)은 11bp, 7년물(2.726%)은 38bp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3년 단기물로 구성한 태영건설 역시 민평금리가 4.028%로, 동일등급 A- 등급금리 3.218%보다 81bp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펀더멘탈에 비해 높은 금리로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 등이 모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두 배가 넘는 자금을 모은 바 있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전망이 어두운 증시를 피해 채권 시장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안전자산 중에서도 비교적 수익률이 높은 건설 회사채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공모채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금리 부담이 낮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10대 건설사가 보유한 올해 회사채 만기 규모는 2조6000억원으로, 상반기에만 1조3790억원에 달한다. 이에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이 공모채 발행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 채권 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건설 공모채에 대해 신용도 대비 투자 위험이 낮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건설과 주택 경기의 동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풍부한 만큼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에 현금을 비축해두려는 건설사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