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책임문제 문건 은폐여부 조사SK "제조물책임법 따른 통상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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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가습기 메이트' 사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내용의 계약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제조원인 SK케미칼과 판매원인 애경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 책임 주체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이번 계약 내용에 따라 책임 주체가 SK로 기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애경산업과 2001년 5월 가습기 살균제 물품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듬해 10월 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과 관련한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가습기 메이트 라벨에는 '애경'이 붙어있지만 , 애경산업은 판매만을 맡았고 원료물질인 CMIT·MIT 생산과 제품 제조 모두 SK케미칼이 맡았다.

    두 회사의 제조물 책임계약을 살펴보면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의 원액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과 신체 등에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계약서대로라면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SK가 모두 져야 한다. 애경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배상책임을 지게 되더라도 SK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이번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SK·애경 등의 형사상 책임이 확인될 경우 뒤따르는 민사소송에서 SK케미칼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가 되는 셈이다.

    한편 검찰도 SK와 애경 사이 제조물 책임계약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가 주고받은 안전성·책임 문제 관련 문건을 은폐하지 않았는지도 살피고 있다.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유통사에 제대로 제공했는지도 논란거리다. MSDS에는 제품에 사용된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 유해성 등이 적혀 있다.

    애경은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 당시 SK케미칼로부터 제품을 받아 판매하기 시작할 무렵인 2002년에는 MSDS를 받지 못했고 그 이후에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SK케미칼은 2002년부터 MSDS를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SK케미칼 관계자는 "관련 계약은 2002년 7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서 작성된 것"이라면서 "법 시행에 따라 제조업체의 책임이 강화된 내용이 반영된 통상적인 계약사항"이라고 선그었다.

    계약서 내용에 따라 애경산업 소송비 등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것까진 모르겠다. 지금 (저희들도) 조사 받고 있느라 그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회사에선 아직 애경에 대해선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