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인보사 구성성분 바뀐 것 몰랐다?… 신뢰도 타격 불가피, 주가 급락품목허가 취소 우려엔 "주성분 명칭 바꿔 품목허가 변경신청하겠다"
  •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인사를 했다. ⓒ정상윤 기자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인사를 했다. ⓒ정상윤 기자

    "국내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에 대해서 환자분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깊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셨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인보사를 필요로 하시는 환자분들과 바이오산업과 관련해 고군분투 하시는 정부, 학계, 기업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 인사를 했다.

    이 대표는 "17년 전인 2003년, 처음 만들어서 현재까지 쓰고 있는 인보사를 구성하는 형질전환세포(TC)가 저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293유래세포라는 것을 최근에 확인하게 됐다"며 "오랜기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스스로도 참담한 마음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인보사의 구성성분은 동일하기 때문에 안전성·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피력했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의 신뢰도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사측에서 고의로 알고도 숨긴 경우에는 윤리성 문제가 불거지겠지만, 15년이나 인보사의 구성성분이 바뀐 것을 모르고 있다가 발견한 것 역시 바이오 업체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장 초반부터 전일보다 2만 2500원(29.92%) 급락한 5만 2700원에 거래 중이다.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도 전일보다 1만 300원(29.9%) 하락한 2만 41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달 31일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 중 1개 성분에 허가 당시와 다른 세포가 혼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당 제품의 제조·판매 중지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은 자발적으로 인보사의 유통·판매를 중지했다.

    인보사는 중증도의 무릎 골관절염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된 유전자치료제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HC) 75%, 형질전환세포(TC) 25%로 구성됐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이 형질전환세포(TC)가 원래 허가를 획득했던 '유전자 도입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주(GP2-293세포·이하 293세포)'라는 점이다.

    회사측에서는 개발 당시인 2003~2004년의 TC 분석결과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15년 후 자발적으로 최신 유전자분석기법인 STR검사를 함에 따라 TC의 유래가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293세포임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와 다른 세포 혼입 가능성이 제기돼 판매 중지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안전성·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시종일관 강조했다.

    특히 최초 임상시험 이후 시판에 이르기까지 총 11년간 약 3548명의 환자에게 인보사가 투약됐지만, 현재까지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 보고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이로 인해 오는 2020년 환자 투여를 마무리하려면 미국 임상 3상 완료 시점이 지연될 뿐 아니라, 임상시험 자체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본부장(상무)는 "물질의 구성성분이 바뀌는 경우에는 임상결과 데이터가 취소된다"며 "하지만 이 경우는 구성성분이 바뀐 것은 없기 때문에 임상시험이 취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이와 같이 구성성분의 변화는 없으나 명칭이 잘못 기재돼서 이슈가 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경우 식약처의 인보사 품목허가가 취소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은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품목허가 취소보다는 주성분 명칭 변경으로 수습 가능할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전망이다.

  •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사람으로 치면 명찰이 바뀐 것이지 임상 이후 사람이 바뀐 게 아니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가 취소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쉽게 말하자면 15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과학기술도 발전하고 비즈니스 방식도 다양화되면서 당시에는 거의 쓰이지 않던 STR분석을 통해 20대 족보까지 보게 된 것"이라며 "임상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똑같은 사람인데 명찰을 잘못 붙인 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름표를 잘못 붙였지만 중요한 건 물질이지 아름표가 아니지 않나"라며 해당 물질의 유효성·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어제 식약처에서도 인보사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며 "판매 중지를 요청하면서 해당 제품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해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언급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식약처도 안전성·유효성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의 안심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행간의 의미를 봤다"며 "당분간 일부 허가 절차가 지연된다든가 하는 동요가 있겠지만 앞으로 안전성·유효성이 재검증된다면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도 어느 정도 복원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에서 사용된 세포의 일관성을 재검증 받기 위해 외부기관에 인보사케이주의 정밀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해당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임상 단계부터 동일한 세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식약처로부터 재확인 받고, 주성분인 TC세포의 명칭을 바꾸는 품목허가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15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5월 중순경에는 미국 임상 재개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대면미팅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