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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동부제철 경영권 이전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우선협상대상자에 KG그룹과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캑터스PE) 컨소시엄을 선정하며, 밑그림을 구체화하고 있다.
관건은 자금조달이다. 산업은행은 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KG그룹이 어떻게 조달할지 유심히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최근 동부제철 경영권 이전 우선협상대상자로 KG그룹과 캑터스PE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컨소시엄은 법률 자문사로 국내 대형 로펌인 태평양을, 회계자문은 EY선영을 각각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KG그룹과 함께 예비입찰에서 경쟁했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 화이트웨일그룹(WWG)이 본입찰에서 포기하며, 일찍이 우선협상대상자엔 KG그룹이 선정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이 우협대상자를 발표하기 전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KG그룹이 유일한 대상자임에도 우협대상자 선정이 옳은지를 숙고한 산업은행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산업은행은 KG그룹의 자금조달 계획을 매우 자세히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금액이 5000억원에 달하는만큼, 이 협상에 있어 자금 조달보다 더없이 중요한 사안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업계 전문가들은 동부제철 경영권 이전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을 50대50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의 강한 의지와 달리 조달계획 및 정상화 방안이 부실하다 판단하면, 산업은행이 먼저 이 판을 깰 가능성도 있단 얘기다.
산업은행은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동부제철 경영권 이전을 추진 중이다.
동부제철의 총 주식 수는 약 2739만 주, 시가총액은 2200억원 수준이다. KG컨소시엄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된 신주 2750만 주가량을 인수해 지분 50%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우협대상자인 KG그룹에게 경영권이 넘어간다 하더라도, 산업은행은 여전히 동부제철 2대주주로 남아있다. 산업은행이 KG그룹을 우협대상자로 선정하면서도, 여전히 심사숙고할 것이며 판이 깨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KG그룹이 최종 대상자로 확정된다 하더라도, 정상화까진 난관이 예상된다. 철강업에 무지한 KG그룹이 어떻게 동부제철을 이끌어 나갈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선 동부인천스틸 등 자산 매각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설비가 주를 이루는 동부인천스틸은 매각 자체가 쉽지 않다.
따라서 설비 자체를 폐기하거나 고철로 파는 방향으로 자산 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인천공장 부지 매각은 예정된 수순이다. 이를 통해 차입금 규모 등을 축소시켜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동부제철의 사업 철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동부제철 경영권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철강업 도전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제철 사정에 능통한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곽 회장이 철강업에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회사를 되팔아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하는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면서도 "철강사들조차 어려워하는 현재 업황에서 처음 뛰어들려는 KG그룹이 의욕만으로 동부제철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동부제철이 경영정상화 단계에 돌입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적잖은 자금이 필요할텐데, KG그룹이 이를 감당할 체력이 되는지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기준 매출액 2조5451억원인 동부제철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에 이은 국내 5위 철강사다. 연간 300만톤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전기로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180만톤의 냉연강판 생산설비를 갖춘 당진공장, 컬러강판과 형강 등을 생산하는 인천공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