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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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분야는 문재인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정책 중 하나이다. 정부는 최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오는 2030년까지 관련 산업에서 4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100억 달러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태양광 분야에서 국내 물론 세계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곳이 한화그룹이다. 한화의 태양광 사업 현황과 강점, 국내외 추세 및 정책에 따른 수혜,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화그룹은 최근 대외적 악재에도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도 한화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앞세워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중이다.
한화의 경쟁력은 고효율 프리미엄 제품에서 나온다.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최신 기술력을 적용해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는 한편, 독일 등 유럽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략의 성과는 시장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는 한화큐셀은 유럽과 호주에서 '태양광 톱 브랜드'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독일에서는 태양광 모듈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여기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뚝심과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의 리더십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미국 세이프가드·중국 보조금 삭감… 저가 공세 겹쳐 어려움 가중
지난해 태양광 업계는 미국과 중국의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국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로 지난해 2월 한국산이 포함된 수입 태양광제품(셀·모듈)에 2.5GW 기준으로 1년차에 30%, 2년차 25%, 3년차 20%, 4년차 15%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 정책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중국은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신규 태양광 프로젝트 건설을 중단하고 태양광발전 보조금을 키로와트시(㎾h)당 0.05위안씩 추가 삭감하는 내용의 태양광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통상 압박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도 시달렸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의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저가의 물량으로 태양광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태양광 셀 생산 기준으로 상위 10개 기업 중에서 8개가 중국 기업이다.
중국 태양광 기업은 2016년 기준 전 세계 태양광 셀 시장의 44.5%, 태양광 모듈 시장의 59.7%를 차지하고 있다. 징코솔라, 트리나솔라, JA솔라, 캐나디안솔라, GCL 등이 전 세계 태양광 셀·모듈 생산량 세계 10위권 기업 안에 포함돼 있다. -
◇한화케미칼 아래 태양광 사업 일원화…고효율 프리미엄 전략으로 돌파구
한화의 경쟁력은 위기에서 빛났다. 업계 불황 속에서 가장 먼저 손을 본 건 지배구조다. 태양광 사업 확대를 위해 한화첨단소재와 한화큐셀코리아의 합병법인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한화솔라홀딩스와 한화큐셀의 합병법인 한화솔라홀딩스를 출범시켰다.
이로써 한화솔라홀딩스, 한화첨단소재, 한화큐셀, 한화큐셀코리아 등으로 나눠져 있던 태양광 사업은 한화케미칼 아래로 일원화됐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에서 효율성을 강화한 것이다.
제품에 있어서는 고효율 프리미엄 전략이 돌파구가 됐다. 태양광 모듈에는 한화큐셀의 전매특허인 퀀텀 및 퀀텀 듀오 기술을 적용했다. 퀀텀기술은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고 제품 출력 저하 현상요인을 차단해 장기적 안정성을 높인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모듈이 '큐피크 듀오'다. 큐피크 듀오는 태양광 셀을 반으로 잘라 저항을 최소화하고 출력은 높인 프리미엄 제품이다. 현재 유럽, 미국, 일본 등 에너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택용 및 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오는 9월 미국의 태양광 웨이퍼 제조업체 1366테크놀로지스와 함께 말레이시아에 '다이렉트 웨이퍼' 공장도 설립한다. 폴리실리콘으로 바로 웨이퍼를 만드는 다이렉트 웨이퍼 기술이 적용되면 폴리실리콘 사용량이 기존 대비 60% 이상 줄어들어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태양광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지키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한화큐셀은 태양광 셀 후면에 보호막을 형성해 발전 효율을 높여주는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호주·독일에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에 기술력마저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
◇기술력·품질·브랜드파워 앞세워 글로벌 시장 선도…6년 연속 '유럽 톱 브랜드'
한화큐셀은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선도해오고 있다. 2012년 독일 큐셀을 인수한 이래 매해 6년 연속 유럽 주요 국가 전체에서 태양광 톱 브랜드에 뽑혔으며 2016년부터는 호주에서도 4년 연속 톱 브랜드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신재생에너지 강국인 독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6년 독일 시장점유율 5위를 기록한 이후 2017년 2위에 올라섰고, 2018년 처음으로 1위를 달성했다. 독일의 까다로운 현지 소비자들을 충족시키며 유럽 시장 성공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이같은 성공에는 한화큐셀의 뛰어난 기술력과 함께 고객요구를 반영한 현지 마케팅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태양광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동관 전무는 국내 태양광 시장의 성장 한계성에 주목하고 현지화 전략과 네트워크 확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에너지 관련 기업인들을 만나면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후 쩐 뚜언 아인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을 만나 동남아 지역 태양광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