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책 내용이 너무 없다" 평가 인색정책금융 실패의 자화상 되돌아봐야
  •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종현 기자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종현 기자

    기자는 2009년 무렵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재직시절 산업은행을 출입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은행권 대출이 많은 45개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에 대한 재무평가를 들이대며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하라고 윽박질렀다.

    2008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엄습하면서 국내 경제도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이때 재무평가에서 불합격판정을 받은 곳은 45개 주채무계열 중 14곳이다. 이 중 약정체결 대상에는 금호, 동부, 한진, 동양, 애경, 웅진, GM대우 등이 거론됐었다.

    산업은행은 "정부도 없는 IMF극복 노하우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며 기세등등하게 기업들을 몰아붙였다.

    정부의 지원사격도 한몫했다. 당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고 우리 경제가 향후 '죽느냐 사느냐' 문제로 봐야 한다"며 산은에 힘을 실어줬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금호아시아나는 우리 경제의 '부실 기업'으로 남아 있다. 

    어제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구계획을 통해 "3년 안에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 항공을 팔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5000억원을 더 지원해 달라고 손을 벌렸다. 시장은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산은에서 이 안을 받아들여 5000억원이 추가 지원된다면 금호그룹은 당장 급한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1조원 이상의 시장성 차입금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일부가 비시장성 차입금으로 바뀐다는 점은 고려해야 겠지만 지원 조건 등을 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도 "이번 자구계획이 과연 금호아시아나의 경영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판단하기엔 내용이 너무 없다"며 "박 전 회장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또 다시 3년을 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진정성이 있는건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맹탕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선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언제든 인수합병(M&A) 절차에 돌입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오히려 멀쩡하게 잘 운영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총수일가 갑질을 빌미삼아 국민연금을 동원해 경영권을 박탈하는게 이번 정부의 기업을 대하는 수준이다. 

    반면 수조원의 빚더미에 올라있는 금호그룹은 수십년간 덩치를 불려왔지만 정권을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지원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는 등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팽배한 상황이다.

    시장은 언제까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전 회장과 산업은행 및 채권단의 지루한 핑퐁게임을 봐야할까. 10년전에 제기됐던 불확실성이 2019년에도 이어지는것은 정책금융의 실패가 아닌지 산은에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