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규제 폐지되도 'KT-딜라이브' 공정위 심사 통과 어려워"자회사 매각 등 '몸값 낮추기'… SKT, LGU+ 타 이통사 결합 준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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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까지 1조원이 넘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딜라이브가 올 상반기의 절반을 지나고 있는 현재, 내부적으로 어떤 자구책 마련하고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과 관계없이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려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업계가 딜라이브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만약 합산규제 재도입이 확정될 경우,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KT의 딜라이브 인수는 무산되게 된다.

    합산 규제는 특정 사업자가 유료 방송 시장의 33.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제다. 인터넷 TV와 위성 방송을 모두 보유한 KT(KT·KT스카이라이프)의 유료 방송 시장 점유율이 이미 38.3%인 만큼, 합산 규제가 부활하면 딜라이브(점유율 6.5%) 인수는 불가능해진다.

    인수자를 찾는 것이 채무 상환의 '해답'이라 여겼던 딜라이브로서는 '해결 카드' 중 하나인 KT를 잃는 셈이다.

    그러나 합산규제가 폐지되도 KT와 결합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시키지 않으면 양사는 하나가 될 수 없다.

    업계는 합산규제를 차치하더라도 공정위가 2016년 심사(SK텔레콤-CJ헬로) 때처럼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이하 경평)'를 이번에도 인용할 경우, 경평 기준(디지털 유료방송시장기기준·전국기준)대로 양사의 시장 점유율은 44.8%를 기록, 인수 불허를 낼 수도 있다.

    SK브로드밴드(17.2%)와 LG유플러스(13.9%)가 각각 티브로드(6.7%), CJ헬로(10.7%)와 결합을 해도 시장 점유율이 20% 대지만, KT 계열은 딜라이브 인수시 40%에 달하는 등 경쟁사들에 비해 점유율이 2배 가까이 높아져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는 점유율이 10% 대로 상당히 낮아 인수합병에 문제가 안되지만, KT는 38%나 되고, 딜라이브가 6%가 넘으니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지역별로 해도, KT계열이 디지털유료방송시장에서 1위 구역을 차지한 곳은 46개나 되기 때문에 공정위 규제 심사를 받을 때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딜라이브가 7월 전까지 자체적 자구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딜라이브 디폴트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최악의 경우, KT와 결합이 성사되기 어려운 만큼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합산규제와 정부의 결합심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SK텔레콤 혹은 LG유플러스와 인수를 진행하기 위해 '몸값 낮추기' 작업을 지속 진행할 것으로 보고있다.

    최근 딜라이브는 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IHQ와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분리 매각을 통해 대출금 일부를 회수하는 동시에, 딜라이브 '몸값'을 내려 다른 인수자를 물색하려 한단 분석이다.

    특히 SK텔레콤 입장에선 딜라이브는 매력적 매물이다. 최근 태광그룹과 제휴를 통해 티브로드 인수를 예고한 상황이지만, 티브로드를 인수해도 'LG유플러스-CJ헬로' 점유율에 밀려 시장 3위에 랭크되는 만큼 이를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반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추가 인수에 대해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LG유플러스도 구광모 LG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진 CJ헬로 인수에 신중을 기하는 등 양사가 추가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계 안팎에선 딜라이브의 안정적 실적을 근거로 또 한 번의 채권 연장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지만, 자체적인 자구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할 것"이라며 "해당 노력이 없다면 채권 연장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딜라이브 대주주인 KCI(국민유선방송투자)는 지난 2007년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2조2000억원을 대출받았으며, 2015년부터 딜라이브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채권단은 2016년 7월 대출금 중 8000억원을 출자 전환하는 동시에 3년간 나머지 금액 만기를 연장해 준 상황으로, 7월 말까지 1조4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디폴트 위기를 맞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