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일본, 제재 면제 조치 갱신 없을 듯이란산 금수조치, 석유 패권 경쟁서 美 주도권 확보 2020년 IMO 황 함유량 규제 등 수요 강세 속 가격 상승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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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이란석유에 대해 금수조치를 강화하면서 국제 원유 시장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예상되는 한편 원유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 

    22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일본과 한국, 터키 등을 대상으로 적용한 이란산 원유 제재 면제 조치를 갱신하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11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면서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대만에 내달 2일까지 180일간 한시적 예외를 인정했다.

    이후 대만과 그리스, 이탈리아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아예 중단했으나 중국과 인도 등 5개국은 상당량 수입을 계속하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제재 예외국 정부들은 이 조치를 연장받으려 미 정부와 협의해 왔다.

    미국이 이 같은 조지를 확정하면 이란산 원유는 미국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결정한 지 약 1년 만에 원유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거나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업계의 이목은 글로벌 글로벌 원유 시장의 향배와 가격 변동에 쏠린다. 

    우선 단기적으로 유가는 상승 전환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당장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에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의 방침이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자 원유 선물가는 출렁였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서(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와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9% 오른 배럴당 65.87달러를, 브렌트유 6월물은 74.31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3.3% 급등했다.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의 생산량 감축 등으로 공급량이 줄어 상승세를 지속한 상황에서 이날 이란제재 강화설은 유가의 또다른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작년 후반기에 곤두박질치며 하향 안정화를 걷던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채산성 제고를 위해 올해 초부터 감산에 들어감에 따라 상승 전환됐다.

    이어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미국의 제재, 다른 산유국인 리비아의 정정불안, 나이지리아의 송유관 폭발사고 등도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이는 일시적인 요인으로 실질적인 공급 감소가 이뤄지는 이란 제재로 향후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글로벌 원유 수요는 일일 약 1억 배럴, 공급량은 9970만 배럴로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2020년 상반기까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르웨이 석유정보기관인 라이스타드에너지(Rystad Energy)사에 따르면 산유국과 비산유국이 올해 하반기까지 감산을 연장하고, 내년 시행 예정인 국제 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 황 함량 규제가 경유 등의 석유수요를 늘려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는 2020년 2800여척의 선박들이 배출가스저감장치(Scrubbers)를 장착하고 정유사들이 저유황선박연료 생산량을 확대해도 2020년에 연료 공급은 일산 60만 배럴이 부족하다. 하지만 가솔린(경유 등 유분) 수요는 5년 평균 수요 증가폭의 6배인 170만 배럴 증가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미국은 그동안 국제 원유시장을 이끌어 온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패권국으로 올라서며 영향력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단순 생산량만 놓고 보면 미국은 지난해부터 사우디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수출량까지 크게 확대되며 중동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아시아 시장까지 깊숙히 들어온 상황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의하면 원유 생산량은 지난 1울 둘째주부터 5주 간 일산 1190만 배럴을 유지했으며 2월 중에는 1200만 배럴까지 상승했다. 이 가운데 셰일오일 비중은 70%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사우디는 잇따른 감산 조치로 생산량을 980만 배럴까지 줄인 상태다. 

    미국의 석유 수출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 2월 기준 미국 원유 수출량은 일산 360만7000 배럴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이 미국 원유 수입을 중단한 가운데 기록한 것으로 국제 원유 시장에서 영향력이 확대된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 제재로 유가에는 단기적으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존 중동 원유가 대부분을 차지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미국산 원유 도입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