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철' 오명 서울교통공사 철도시설개량 투자 인색투자비 큰 철도차량·시설개량 국비·지방비 의존도 커
  • ▲ 열차사고.ⓒ연합뉴스
    ▲ 열차사고.ⓒ연합뉴스
    철도운영자가 경영상 이익을 쫓느라 기본적인 안전투자를 소홀히 하지 않게 철도안전투자 공시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투자공시 내용이 '깜깜이'여서 반쪽짜리 공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운영자가 자체 예산을 한 푼도 쓰지 않아도 국비나 지방비를 지원받으면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여서 철도운영자가 안전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실적을 중심으로 주요 철도운영자의 안전투자 현황과 공시제 문제점을 살펴본다. <편집자 註>
  • ▲ KTX산천.ⓒ연합뉴스
    ▲ KTX산천.ⓒ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철도안전 설비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서발 고속철(SRT)을 운영하는 ㈜에스알(SR)은 철도안전 교육훈련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장철'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서울교통공사는 철도시설 개량을 위한 투자에 인색해 목표 대비 실적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철도운영자가 흑자 경영을 이유로 안전에 소홀하지 않게 안전투자 공시제를 2015년 도입했다.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달 말 공식적인 첫 공시가 이뤄졌다.

    5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철도안전종합관리시스템에 공시된 철도안전투자 내용을 보면 코레일은 지난해 철도차량과 시설개량 등의 안전투자와 관련해 계획대비 94%의 실적을 올렸다.

    코레일은 지난해 8869억원을 철도안전과 관련해 투자할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국비와 지방비 5157억원이 포함됐다. 코레일이 밝힌 투자 실적은 8342억원이다. 투자계획과 비교하면 금액을 기준으로 94%에 해당한다. 자체예산만 놓고 보면 371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3824억원을 투자해 103% 초과 실적을 냈다.

    항목별로는 철도차량교체의 경우 자체수입으로 169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실적은 국비 77억원을 포함해 1969억원을 투자했다. 계획 대비 실적은 116%를 기록했다.

    코레일 설명으로는 한국형 동력분산식 고속전철(EMU)에 대한 투자가 많았다. 무궁화·새마을호를 대체할 시속 150㎞급 EMU-150의 경우 500억원, EMU-250 모델은 470억원 등이다. 동해남부선과 과천안산선 투입 열차 교체비용도 각각 209억원과 287억원이 쓰였다.

    2017년 차량교체비 투자실적은 82%였다. 161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1317억원에 그쳤다.

    철도시설개량비는 91% 실적을 냈다고 공시했다. 490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4469억원을 투자했다. 국비 지원이 계획했던 4254억원에서 4107억원으로 147억원 줄었지만, 코레일 자체예산이 애초 198억원에서 266억원으로 68억원 늘어 실적 하락을 막았다. 시설개량비의 경우 국비와 지방비 의존도가 94%를 차지했다.

    안전설비 설치비는 109% 실적을 보였다. 다만 코레일 자체예산은 투입되지 않았다. 국비가 애초 112억원에서 122억원으로 추가 투입됐다. 코레일은 2017년과 2016년에는 각각 41억원과 59억원을 안전설비에 투자했었다.

    철도안전 교육훈련비는 70%에 그쳤다. 애초 24억원을 교육훈련에 쓸 계획이었으나 16억원만 투자했다.

    철도안전 연구개발비로는 국비 83억원 포함 106억원을 집행할 계획이었으나 19억원에 그쳐 투자실적은 19%에 불과했다.

    철도안전 홍보비도 집행 실적이 저조했다. 54억원을 철도안전을 홍보하는 데 쓸 계획이었으나 59%인 32억원을 지출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계획된 투자비 8342억원 중 자체예산은 45.8%인 3824억원으로 집계됐다. 철도안전 확보에 있어 국비와 지방비 의존도가 절반 이상이었다.
  • ▲ SRT.ⓒ연합뉴스
    ▲ SRT.ⓒ연합뉴스
    SR은 공식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량교체비 등이 발생하지 않았다. 항목별로는 안전설비 설치비가 5000만원 쓰여 실적 100%를 보였다.

    하지만 교육훈련비 집행은 저조했다. 애초 6억원을 철도안전 교육훈련에 쓸 계획이었으나 13.4%인 8000만원에 그쳤다. 철도안전 홍보비는 계획했던 700만원을 집행했다.

    SR은 지난해 국비와 지방비 지원없이 자체예산으로 893억원을 철도안전과 관련해 쓸 계획이었다. 이 중 784억원을 집행해 투자실적은 87%로 나타났다.
  • ▲ 지난 4월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운행 중단 안내문.ⓒ연합뉴스
    ▲ 지난 4월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운행 중단 안내문.ⓒ연합뉴스
    고장철 오명을 쓴 서울교통공사는 국비와 지방비 1974억원 포함 총 6862억원을 철도안전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자체수입 비중은 61.4%였다. 집행된 투자비는 총 4211억원으로 계획했던 투자비의 61%에 머물렀다. 국비와 지방비, 자체수입 모두 투자비가 감소했다.

    항목별로는 철도차량 교체비 실적이 86%로 나타났다. 자체예산은 1343억원으로 애초 계획 1588억원보다 245억원 줄었다. 지방비 지원도 231억원에서 214억원으로 17억원 감소했다.

    철도시설 개량비 투자는 52%에 그쳤다. 애초 자체예산으로 220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52%인 1145억원 투자에 그쳤다. 안전설비 설치비도 투자실적이 65% 수준이었다. 국비·지방비 없이 4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290억원만을 집행했다.

    철도안전 교육훈련비는 자체예산으로 40억원을 쓸 계획이었다. 투자비는 33억원으로 81%의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자체수입은 23억원으로 애초 계획 대비 57%에 그쳤고, 지방비로 9억원을 지원받았다.

    철도안전을 위한 연구개발비로는 11억원을 쓸 계획이었으나 투자비는 0원이었다.

    철도안전 홍보비는 2억원을 써 실적이 82%로 집계됐다.

    전반적으로 낡은 철도차량과 시설개량비로 국비와 지방비 의존도가 높고, 비교적 자체 예산 투입이 많은 철도안전 교육훈련비나 안전설비 설치비는 투자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