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값 못 받을 바엔'… 강남권 10년만의 후분양서초 그랑 자이, 둔촌주공 등 강남권 재건축 여파 관심 집중
  • ▲ 자료사진.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뉴데일리 DB
    ▲ 자료사진.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뉴데일리 DB

    서울 강남권 분양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래미안 라클래시(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이 최근 후분양제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10년 만에 강남권에서 후분양으로 공급되는 단지가 나오는 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분양보증을 받아야 하는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낮추는 내용의 '분양가 심사기준'을 발표하자 아예 분양 방식을 바꾼 것이다. 서초동 무지개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서초 그랑 자이'와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주공' 등 하반기 분양을 앞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홍승권 상아2차 조합장은 "11일 임원회의를 열고 후분양을 추진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19일 대의원회에서 후분양을 확정 지은 뒤 총회를 열어 추인을 얻는 절차로 가겠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후분양제가 다시 등장한 것은 2009년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반포주공2단지 재건축)' 이후 10년 만이다.

    조합이 후분양을 택한 것은 시세에 훨씬 못 미치는 분양가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핵심에 자리한 상아2차는 HUG가 최근 발표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 기준'에 따라 강남구 일원동에 공급된 '디에이치 포레센트'와 같은 분양가를 적용받는다. 지난 4월 선보인 이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569만원이다.

    서울 강남구 '노른자위' 단지가 '주변부'와 같은 분양가를 적용받는 게 납득이 안 된다는 것이 조합 측 불만이다.

    삼성동 A공인 대표는 "상아2차는 위치상 삼성동이나 청담동 시세를 비교해 분양가를 책정해야 하는데, 거리도 멀고 시세도 낮은 일원동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고 하면 조합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부동산114 시세를 보면 상아2차와 인접한 '삼성 힐스테이트 1단지'의 3.3㎡당 시세는 5784만원이며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는 5926만원으로, 일원동 4328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비싸다.

    조합 측은 "주변 시세가 전용 3.3㎡당 6500만원에 이르는데 4500만원대에 분양할 수 없다"며 "특히나 '라클래시'는 인테리어 수준이 높아 공사비가 많이 드는데, 같은 분양가를 받으면 부실시공만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하면 HUG의 분양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어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대신 공사비 조달 등 선분양의 이점을 내려놓는 만큼 관련 금융비용 부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조합은 후분양제를 시행할 경우 발생하는 금융비용 계산을 끝낸 상태다. 조합은 이자비용 약 18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감안, 시공사인 삼성물산을 통해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향후 분양가는 전용 3.3㎡당 5500만원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

    상아2차의 결정이 강남권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올 하반기 강남권에 분양 예정인 물량은 모두 8125가구다.

    '서초 그랑 자이'의 경우 지난주 새 분양가 산정방식이 적용되는 오는 24일 이전에 분양보증을 받기로 결정했지만, 상아 2차 후분양 추진 소식이 들리면서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분양 물량만 5000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도 후분양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8월 분양 예정이던 대치동1지구(푸르지오) 조합 관계자도 "분양 연기를 포함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시공사 및 금융권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인 만큼 대의원회의를 열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후분양을 적용하면 향후 집값 인상분을 반영할 수 있어 조합과 건설사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서울 지역 부동산가격이 강보합으로 돌아서면서 후분양제가 강남권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