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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시절이 있었다. 불과 50여년 전의 일이다.
1960년대 말 대한민국은 지금과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하루 먹고 살기에 급급했다. 산업화는 꿈도 꾸지 못했다. 모두들 외화벌이에 나섰다. 그들의 피와 땀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초석이 됐다.
그 무렵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상북도 포항시 영일만에 종합제철소 건설이라는 대프로젝트를 꿈꾼다. 산업화를 위해선 근간이 되는 철을 직접 생산해야 된다는 판단에서다. 적임자론 육사 생도시절 제자였던 박태준을 선택했다.
시작 당시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다. 당시 고로(용광로)를 직접 본 사람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혼자였으니 어느 정돈지 말을 안해도 알 만하다.
포스코 기술의 원천은 일본이다. 창립요원들은 일본 제철소를 제집 드나들 듯 다니며 기술을 익혔다. 사진 촬영이 불가능했기에 기억해 내는데 집중했다. 눈으로 본 것을 머리 속에 동영상으로 남겼다.
처음부터 일본이 기술 이전을 허락한 것은 아니다. 박태준 회장의 집요함이 이끌어 낸 결과다. 박태준은 기술 이전을 약속받기 위해 일본 3대 철강사 회장들의 휴가지까지 따라가는걸 마다하지 않았다 한다.
그렇게 완성된 포항제철소는 1968년 건립 프로젝트 추진 이후 1973년 처음 쇳물을 생산하게 된다. 유럽에서는 거의 1백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포항제철소는 불과 5년만에 쇳물을 생산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후 대한민국은 승승장구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이 모든게 포항제철소의 쇳물 생산부터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태준 명예회장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기자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포스코의 창업사를 꺼내든 것은 최근 조업 중지 사태를 맞아 다시 한번 인지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껴서다.
불과 50년전만 해도 철강에 무지했던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철강사를 탄생시킨 배경에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단 사실을 상기시켜야겠단 일종의 책임감(?)도 작용했다.
지난 18일이다.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는 포스코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했다. 포스코는 10년 연속 이 부문 1위를 이어오고 있다. 현대제철 또한 경쟁력 10위에 오르며, 글로벌 철강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지자체가 판단할 차례다. 다행히 현재로선 조업 중지 사태가 원만하게 풀려나가는 모양새다.
환경부는 오염물질 배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19일 발족했다. 이에 더해 광양, 포항 등 각 지자체에는 당분가 행정처분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민관협의체에서 정해진 결론으로 과징금 부과 등 처분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대해 우리 스스로 환경오염의 주범이란 주홍글씨를 새기는 우(愚)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