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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권 소비자보호부문의 독립성을 위해 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가 겸직을 못하게 하는 방안을 내놓자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KEB하나은행을 제외한 대형 시중은행들은 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가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어 하반기 인사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17일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CCO를 둔 13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SC제일‧씨티‧수협‧대구‧부산‧경남‧광주) 은행 중 11개 은행이 CCO가 다른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11개 은행 중 6개 은행은 CCO가 준법감시업무를 겸하고 있었고, 5개 은행(KB국민‧신한‧우리‧씨티‧수협은행)은 홍보·경영·전산 담당 임원과 겸직중이다.
CCO 겸직 이슈는 지난 11일 금융위원회가 CCO 독립성 강화 조치를 담은 소비자보호 모범규준 개정안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모범규준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사 내 CCO는 준법감시인 외 다른 업무와 겸직하면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시 종합등급을 1단계 하향 조정한다. 소비자보호 조직을 다른 조직과 중복해 맡다보면 독립된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고 다른 업무와 충돌해 소비자보호 업무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씨티은행‧수협은행은 CCO임원이 타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성채현 전무가 CCO겸 KB금융지주 홍보‧브랜드 총괄상무를 맡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안효열 상무가 경영기획그룹 업무를 겸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조수형 부행장보가 소비자브랜드그룹 내 홍보와 사회공헌업무를 겸하고 있고, 한국씨티은행의 이주현 전무는 업무/전산그룹장을, 권재철 수협은행 부행장은 경영전략그룹을 함께 맡고 있다.
반면 CCO가 독립선임된 경우는 KEB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 두 곳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손님의 행복, 그 하나를 위하여’라는 경영가치 아래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시 하고자 노력해왔다”며 CCO 독립선임 배경을 말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 4곳은 CCO가 모두 준법감시인을 맡고 있어 모범규준이 개정되더라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사들로부터 모범규준 개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사전예고와 심의를 거쳐 올 9월경 모범규준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모범규준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지만 이번 개정안을 지키지 않을 경우 소비자보호실태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은행들은 지적 사항을 받지 않기 위해 CCO의 겸직 업무를 해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겸직을 하고 있는 일부 은행들은 결국 임원자리가 늘거나 타 업무를 겸하던 CCO가 준법감시를 겸하는 등 업무 조정을 하게 될 것”이라며 “자율권이 보장돼야 하는 민간은행 인사에 금융당국이 영향을 미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독립 CCO를 선임한다고 반드시 소비자보호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며 독립 CCO 선임시 발생하는 인력과 비용증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