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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인사 시즌이 돌아왔다.
특히 올해 임기만료를 앞둔 임원들이 많은 만큼 안정보다 변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인사 교체를 알렸다.
우리은행의 임원 인사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여성 임원 추가 배치, 외부전문가 영입을 통한 순혈주의 타파다.
지금까지 우리은행 내 여성임원은 정종숙 WM그룹 상무가 유일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종로기업본부 송한영 본부장을 상무로 발탁하면서 여성 임원은 2명으로 늘었다.
정종숙 상무도 부행장보로 승진하면서 은행권의 유리천장이 점차 얇아졌다.
타 은행도 여성 임원을 전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여성 임원이 그동안 없었고 KEB하나, 농협, 기업은행은 1명 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일부 은행들이 여성지원자의 점수를 깎거나 필터링하는 수법으로 성차별채용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성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라며 “은행권에선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여성 임원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주요 직책을 준 것도 은행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휴렛랙커드 출신의 황원철 전 하나금융투자 최고정보책임자를 디지털금융그룹장으로 영입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상무로 승진시키며 그에게 디지털금융 사업 전반을 맡겼다.
우리은행은 내년 지주사 출범 후 M&A 전문가를 영입해 비은행 계열사 확대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디지털그룹 빅데이터센터장으로, 삼성전자 출신의 장현기 박사를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랩을 신설해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 출신의 김정한 전무를 DT랩 총괄 부사장 겸 그룹 내 최고기술책임자로 영입한 바 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최근 열린 ‘KB굿잡 취업박람회’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진 인물을 외부에서 모시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해 외부 인재 영입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은행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변화하지 못하는 부문도 있다.
바로 인사적체다. 은행의 인력구조는 이미 항아리형 구조를 넘어 역삼각형 구조다.
일부 은행에선 임금피크 대상자인 63년생부터 65년생까지 인원이 약 1000명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지점에 부지점장급만 3명이 함께 일하는 곳도 있다.
과거 40대 최연소 부장, 임원 발탁과 같은 파격 인사는 최근 몇 년 동안 들어보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젊은 부장, 지점장에게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손태승 은행장도 내부에서 최연소 부장 발탁이라는 파격 대우를 받았다. 하영구 씨티은행장도 48세 나이에 한미은행장 자리에 오른 만큼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감한 세대교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