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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경제 전쟁이 장기화 될 조짐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한국 때리기로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재미를 톡톡히 봤다. 한국도 청와대가 앞장서서 '대일항전' 분위기를 띄운 덕에 그동안의 경제 실정 책임은 사라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돌파했다.
양국 정부가 각각 국내지지층 결집을 위해 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베는 선거 압승,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율 50% 돌파
일본은 지난 1일 수출 규제 조치를 앞서 발표하면서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했다. 법령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은 오는 24일까지다.
만약 한국이 일본의 백색 국가에서 제외되면 식품과 목재를 뺀 거의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분위기로 봐선 지정 이후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 언론 등에선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격 카드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한국에서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대항 조치,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 귀국 조치, 관세 인상, 송금 규제,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기준 강화를 포함한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아베 정권이 어떤 방안을 취할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알려진 내용은 없다.
다만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직후 아사히TV 개표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정상회담을 요청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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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의 '항일투쟁' 분위기에 대통령·민주당 지지율 '껑충'
청와대는 다음달 24일까지 연장 여부를 정해야 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경제 보복 조치의 맞대응 카드로 꺼내들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해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전했다.
이날 리얼미터가 YTN 의뢰를 받아 지난 15∼19일 전국 유권자 2천505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4.0%포인트 뛰어 오른 51.8%로 집계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결사항전의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청와대의 '항일투사'는 다름아닌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경제보복 사태와 관련한 대일 여론전의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다.
조 수석은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국익수호를 위해 '서희'의 역할과 '이순신'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본의 궤변을 반박하기는 커녕, 이에 노골적 또는 암묵적으로 동조하며 한국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를 매도하는 데 앞장서는 일부 한국 정치인과 언론의 정략적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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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일본과 경제전쟁서 뭘 얻을건지 국민들에게 밝히고 동원령 내려야"
이처럼 지지율 결집에 재미를 보고 있는 한일 양국은 경제 전쟁의 무대를 스위스 제네바로 옮겨 국제 여론몰이에 나선다.
이달 23∼24일(현지시간)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의제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이사회에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인사를 보내 일본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호소할 계획이다.
일본 외무성은 자국 대표로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경제국장을 보낸다. 그러나 WTO에서 양국 문제에 대한 결의문이 나온다던지 양국의 상황을 조율하는 결정이 나오는것은 아니라는 한계는 분명하다.
즉 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은 안되고 현상 유지만 지루하게 이어지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힘은 미국의 중재인데 그것도 쉽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한일 갈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사실은 한국 대통령이 내가 관여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며 "아마도 (한일 정상) 둘 다 원하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원할지라도, 일본 정부가 원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즉 한일 양국의 갈등은 길고 지루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음 달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예정되 있고 중국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세 나라가 최종 조율하고 있다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흘러나왔지만 청와대가 칼자루를 쥐고 일본과 직접 대결하는 분위기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다자 무대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한일 관계 문제는 1910년에 일어난 한일합병조약에 대한 해석에 관한 것"이라며 "국제적으로는 전혀 인정되지 않는데 우리만 그런 주장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한일 관계가 악화된다면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과 경제 전쟁이 격화되면 우리나라 기업과 개인들이 큰 피해를 본다"며 "그런 손실을 감수할 정도의 명분이 있는 전쟁이어야 국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