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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본은 우방국가 명단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고말 것인가.
반도체 일부 부품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간 경제갈등이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이르면 이번 주 일본은 각의를 열어 백색국가 제외 법 개정을 밀어붙일 태세다.
한달째 강온양면책을 쓰며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한국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조짐이다.
예민한 시장은 벌써부터 반응한다.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지고 있다.화이트리스트 제외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재계의 우려도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1100여개 품목이 개별허가로 전환되면 문자 그대로 일본 '입맛대로' 규제가 이뤄질 터이고 그로인한 한국의 연쇄 후유증은 가늠도 쉽지 않다.
◇일본, 우방국 명단서 한국 제외 임박
30일 일본 현지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이르면 8월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1일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고시한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와 미국에 잇달아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지만, 일본의 입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통상 측면에서는 WTO 제소나 아웃리치(대외접촉)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1100여개 대한국 수출 물품은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이들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하려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반도체처럼 한국 산업 내 비중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을 막거나 추가 서류를 요구하며 허가를 지연하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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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 "일본기업 자산 매각 강행땐 협상 불가능" 시그널
꽉 막힌것 같았던 한일관계의 해법은 국회 방미단이 찾아왔다. 국회 방미단 소속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은 29일 일본 가해 기업 자산 매각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이후 한국과 대화와 협상을 하기 어렵다는 일본 측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알렸다.
이상돈 의원은 "일본 측에서 기업 매각 조치가 실제로 들어가 현금화하게 되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이는 기업 매각을 지연시켜주면 얼마든지 한국과 대화와 협상으로 풀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돈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죽창을 들자'라거나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는 식의 자세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며 "외교와 안보 다음으로 경제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문제를 일본과 대화로 직접 풀어야 한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의원은 "일본은 우리 측 협상 파트너로 이낙연 국무총리와 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일본 입장에서 이 문제를 협상과 대화로 풀기 위해 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총리가 이 문제를 협상과 대화로 풀 수 있는 적격자라는 메시지가 일본 측에서 분명히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이 총리는 언론인이었을 때 일본에서 특파원을 지냈고, 일본 사람들이 보기에 '대화가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직접 대화는 누가 보더라도 어렵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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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반도체 다음은 조선·화학·정밀기계 정조준
만약 문재인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일본 기업 자산을 매각해 버리면 일본은 한국이 미래성장 산업으로 키우는 조선, 전기차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화학, 정밀기계 등이 다음 타깃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방직용 섬유, 화학공업, 차량·항공기·선박 등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90%가 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전기차 탱크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부품 역시 상당수가 일본산이다.
이에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배터리업체들은 백색국가 배제에 대응한 대비책을 고민 중이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이 확대될 경우를 가정해 시나리오 플래닝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업체들은 수출규제 대상이 지난 4일 이뤄진 3개 품목에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하고 매일 현황을 점검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다른 방식으로 한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6일 펴낸 '2019년판 불공정 무역신고서, 경제산업성의 방침' 보고서에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자금지원을 문제 삼았다.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을 '불법 보조금'으로 간주하고 WTO에 제소하겠단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대일 의존도가 높은 제품의 한국 수출을 막는 동시에 반대로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는 비관세장벽을 세울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 농식품과 수산물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특히 지난해 파프리카 수출액 가운데 일본 비중은 99%에 달했다.
현지 언론은 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에 이어 한국 농식품을 추가 규제 품목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묵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일문제, 국민과 기업을 가미카제 자살특공대로 내몰지 말아야 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일본과 1:1로 싸워도 승산이 없고,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지지를 바탕으로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도 어렵다"며 "일본이 경제 제재를 한다고 하니 우리도 (강하게)대응하는 것이 협상 차원에서 좋을 수는 있다. (그러나)하루빨리 물 밑 교섭을 시작해서 과거사 문제, 경제 협력 문제 등 한일 관계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상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