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2021년'...해 넘길듯감광액·에칭가스 등 日 수출 규제 영향 결정적"내년도 장담 못해"...반도체산업 불확실성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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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이천에 신설하고 있는 M16 공장의 장비 반입 시점을 2년 뒤인 2021년으로 늦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까지 덮치면서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에 신설하고 있는 M16 D램 생산공장에 장비 반입 시점을 2021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잠정 확정했다. 지난해 말 M16 착공 당시에는 장비 반입 시점을 2020년 하반기로 예상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일정을 반년 이상 늦추는 방향으로 재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이 같은 신규 투자 재검토 계획을 시사했다. 올 1분기 가동을 시작한 청주 M15 낸드 생산공장 증설 시기와 함께 이천 M16의 장비 반입 시점도 다시 고려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감산 계획도 밝혔다. D램의 경우 이천 M10 공장 라인 일부를 CIS(CMOS 이미지센서)용으로 전환해 감산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에 앞서 감산 계획을 밝혔던 낸드플래시도 연간 웨이퍼 투입량을 15% 이상 줄이는 방식으로 감산 절차에 돌입한다고 했다.

    이 같은 감산과 투자 계획 재검토는 최근 반도체업계가 처한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평가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수요부진으로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예상보다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 우선 가장 근본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미국의 마이크론이 감산을 선언했을만큼 위기가 깊어지고 있는 중에 지난 2분기 SK하이닉스도 전년 동기 대비 90% 가까이 줄어든 영업이익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여기에 대외적인 변수가 잇따라 터지며 반도체 시장을 더욱 뒤흔들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나타내며 반도체업계는 또 한번 위기에 처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IT분야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며 국내 반도체업계로 불확실성이 번지는 상황이었다. 메모리 주요 수요층인 글로벌 IT업체들이 투자에 더욱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결정적으로는 지난 7월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주요 소재 수출에 제동을 걸면서 감산과 투자 재검토가 본격 추진된 것으로 분석된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 등으로 시작된 소재 수출 규제가 웨이퍼나 마스크 분야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면서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이다. 올 하반기 본격화될 불확실성 속에 내년 상황까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신규 생산공장에 대한 투자가 지연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