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타트업 '인프리아' 12억 선투자비화학물질 기반 신개념 방식...초미세 경쟁력 갖춰CB투자 형식... 향후 투자 확대 가능성日 제재 속 공급처 개발 성과... 삼성, 인텔도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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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대상에 올랐던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미국의 '인프리아(Inpria)'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프리아는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당시 JSR, 신예츠의 대안처로 급부상한 바 있는 스타트업이다. 초미세공정에 강한 비화학물질 기반 신개념 레지스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EUV 공정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인프리아와 협력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가 한창이던 지난 8월 미국의 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 기업인 인프리아에 투자를 진행했다. 인프리아가 발행한 전환사채(CB)에 SK하이닉스가 12억 원 가량 투자했다. 향후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해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투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통상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사들과 지분 투자 관계를 갖는 동시에 사업적으로도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하이닉스가 조만간 도입을 앞두고 있는 EUV 공정에서 인프리아의 포토레지스트를 공급받아 생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도 세계 유일 EUV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에 오랜기간 지분 투자를 이어오는 동시에 장비공급 등 사업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프리아의 포토레지스트를 어느 시점부터 활용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초미세공정의 중요도가 갈수록 커진다는 점을 감안해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인프리아는 일본의 주요 포토레지스트 기업인 JSR, 신예츠, TOK 등과 달리 폴리머를 사용하지 않는 비화학 물질 기반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대표주자로, 지금보다 훨씬 더 공정 난이도가 높은 7나노미터(nm) 미만 초미세공정 단계에서 경쟁력이 돋보인다.

    인프리아는 금속 산화물을 활용하는 자사의 포토레지스트가 기존 일본업체들이 생산하는 유기물 폴리머 포토레지스트보다 빛을 받아들이는 흡수율이 4배 이상 크다는 점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에칭과정에서 효율성이 높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인프리아는 이번에 일본이 포토레지스트 수출에 규제를 걸며 그 대안처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사실 반도체업계에선 각광받는 기술 기업이다. 인텔이나 반도체 장비업계 1위인 AMAT도 일찌감치 인프리아에 투자했고 일본이 JSR도 투자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삼성벤처를 통해 인프리아에 초기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미 EUV 공정을 도입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이번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인프리아와 같은 차세대 포토레지스트 소재기업을 새롭게 발굴하고 투자 및 사업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이번 인프리아 CB 투자에 이어 지속적으로 사업 협력과 지분 확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도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양한 공급처 개발에 뛰어든 결과"라며 "일본의 규제가 사그러들었지만 결론적으론 자국 첨단소재 산업에 자충수를 두게 된 꼴"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