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4일 오후 검찰 청사 직접 찾아가…"영장실질심사 포기하겠다"이번달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교환 작업…승계 부정적 여론 극복해야 주요 사업도 진통… CJ제일제당 수익성 악화, CJ ENM 투표조작 의혹
  • ▲ CJ THE CENTER. ⓒCJ
    ▲ CJ THE CENTER. ⓒCJ
    CJ그룹에 악재가 겹치면서 회사 안팎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현 회장 복귀 이후 '그레이트 CJ'를 향해 순항하고 있었지만, 장남의 마약 파문이란 변수가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더군다나 CJ그룹의 큰 형님 격인 CJ제일제당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핵심 계열사로 떠오른 CJ ENM이 투표 조작 의혹으로 압수수색까지 당하는 등 주요 사업 부문에서의 진통도 끊이지 않으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선호씨는 전날 검찰 청사를 찾아가 스스로 체포됐다. 그는 오후 6시 20분경 혼자 택시를 타고 인천지검에 자진 출두했으며, 8시 20분경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담당 변호사도 뒤늦게 알고 오후 9시쯤 이씨를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검찰을 통해 알려진 대로 이 부장은 가족을 포함해 주위에 전혀 알리지 않은 채 혼자 인천지검을 찾아갔다"면서 "본인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다는 뜻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불구속 수사가 시작된 지 하루 만에 직접 검찰에 자진 출두한 것은 CJ그룹 차기 후계자로서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인 때문에 CJ그룹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내린 결정이란 분석이다.

    이씨는 검찰 관계자에게 "내 잘못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받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다"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릇된 일로 인해 CJ 임직원들에게 큰 누를 끼치고,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씨는 지난 1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개를 항공 화물 속에 숨겨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부장에 대해 소변 검사를 실시해 대마 양성 반응을 확인했지만, 구속하지 않아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여론이 악화되자 이 부장 스스로가 구속을 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은 인천공항에서 마약 소지자로 적발됐을 당시부터 관련 혐의를 인정하고 조사에 협조하는 등 일관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씨의 책임감 있는 결단에도 마약 밀반입과 관련한 여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승계 1순위였던 이씨의 구속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적신호가 들어온데다 주요 사업 부문도 수익성 악화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CJ그룹은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그레이트 CJ' 비전을 세우고 이를 위한 준비에 그룹 전체가 힘을 쏟고 있었다. 마약 파문으로 목표 달성에 올인하던 전력이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 ▲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 이선호씨.ⓒCJ
    ▲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 이선호씨.ⓒCJ
    ◆이선호 구속될 경우 승계 작업 제동…CJ그룹 부정적 여론 넘어야

    이씨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법원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천지검 강력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된 이씨의 구속영장을 이날 오전 중으로 청구할 방침이다. 이씨가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법원이 서류심사만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이씨가 구속될 경우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씨는 이 회장의 장남으로 승계가 유력시되는 인물이었다.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바이오사업팀을 거쳐 현재 식품전략기획1팀 팀장으로서 꾸준히 경영수업을 받아오고 있었다.

    당장 이번달부터 본격화되는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교환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CJ그룹은 지난 4월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부문과 올리브영을 분할하고, IT부문을 CJ그룹 완전자회사로 편입키로 했다. 이와 관련 이달 이사회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선 이번 주식 교환을 통해 이씨가 지주사 지분을 처음 확보하게 되는 만큼, 이를 경영 승계 작업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었다. 이씨는 CJ올리브네트웍스 개인 주주 중 최대인 지분 17.97%를 보유하고 있지만, 구속되면 이사회가 예정대로 열리더라도 주주로서 참여하기 어렵다.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돼 이씨가 지주사 지분을 갖게 되더라도 부정적인 여론은 넘어야 할 산이다. 분할 발표 당시 일각에선 이번 분할로 CJ그룹이 이재현 회장 자녀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계열사의 사업가치를 부풀려 합병·분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마약 밀반입 혐의까지 받게 된 상황에서 이같은 의혹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CJ제일제당 투자 확대로 수익성 악화… CJ ENM은 투표조작 의혹

    CJ그룹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룹 큰형님으로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CJ제일제당 상황도 좋지 않다. CJ제일제당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5153억원 기록, 전년 동기보다 23.8%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 감소한 1753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매출 확대에도 투자 비용 증가와 국제 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올해 2월에는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 쉬완스컴퍼니 지분 70%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회사의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쉬완스를 인수한 CJ제일제당의 연결기준 조정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7조7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1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추가 투자에 다른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CJ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CJ ENM의 간판 프로그램인 '프로듀스X101'도 투표 조작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프로듀스X101 방송 조작 의혹은 마지막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 투표 결과 다수에 의해 유력 데뷔 주자로 점쳐진 연습생들이 탈락하면서 제기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본사와 문자투표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문제가 된 시즌 4뿐만 아니라 모든 시즌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차기 승계 후계자로 유력시되던 3세가 구속될 경우, 우선 CJ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업에 미칠 영향은 지켜봐야 하지만, 수익성 악화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겹치면서 앞으로 험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