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아문디 이어 금융투자협회도 ‘소부장 살리기’ 펀드 발표투자자 공모펀드 무관심 해결 못한 채 비슷한 상품만 연발
  • 한일 무역갈등에 따라 우리 정부가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업종에 대해 정책적 지원을 내놓으면서 금투업계도 경쟁적으로 ‘애국 테마 펀드’를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관제 펀드’가 시장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정책적 홍보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부분이다.

    시작은 NH아문디자산운용이 지난 8일 출시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펀드’다. 이 펀드는 국내 소부장 관련 기업을 주 투자대상으로 하며 운용수익의 50%는 공익기금으로 조성해 관련 기술 연구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펀드가 출시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 인사들과 각 지자체장들의 ‘릴레이 가입’이 이어졌다. 민간 금융상품이 마치 정부의 ‘극일(克日) 방침’을 따르겠다는 서약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예상치 못한 ‘흥행’ 덕분인지 금융투자협회도 자체적으로 소부장 기업을 지원하는 일종의 애국 펀드를 내달 중으로 내놓겠다며 행렬에 동참했다.

    물론 협회 측에서는 새로운 펀드가 기존의 애국펀드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사모투자 재간접펀드 방식으로 상장사뿐 아니라 비상장사까지 투자할 수 있으며 일반 투자자들의 환금성 및 수익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 증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과연 소형 기술주 중심의 펀드가 얼마나 일반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끌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앞서 시장에 야심차게 등장했던 수많은 정부주도 금융상품 역시 ‘용두사미’의 관행을 피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코스닥 살리기’ 슬로건을 내걸고 나왔던 코스닥벤처펀드 역시 올 들어 급격히 약화된 코스닥 시장의 여파로 수익성이 하락하며, 설정액이 3조원에서 5000억원대까지 급감한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 자산 증식’ 및 ‘공모펀드 활성화’라는 정책적 목표와는 부합하지 않게 공모형이 아닌 사모형에 훨씬 많은 상품과 투자금이 쏠리면서 본래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현재 우리 금융투자시장은 안정적 수익을 쫓아 부동산으로 쏠린 투자자산의 편중현상으로 인한 모험자본의 부재, 주식투자와 공모펀드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일반 투자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고질병처럼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3분기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한 코스피‧코스닥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8.83%로,  손실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종목은 18.86%의 수익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입안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히 일반 투자자들의 이해 부족으로만 치부하고 있어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 상태다. 

    개인 투자자들은 그 원인으로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인 정보 접근성 차이와 일부 세력이 좌우하는 증시 환경을 꼽는다. 시장이 크지 않으니 정보를 가진 일부 세력이 증시를 쉽게 좌우하고, 제도적으로 일반 투자자 등에 공매도를 허용해봐야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니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주식과 펀드로 상처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더 이상 금융투자상품을 거들떠보지 않는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이런저런 관제 상품을 내놓아봐야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만 받는 이유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진입이 없으니 증권사에서도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보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며 “정부에서는 매년 관제상품을 내놓고 판매를 독려하지만 인위적으로 파는 상품들이 얼마나 호응을 받겠는가”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시류에 영합하는 상품보다는 실제 투자자들이 겪는 애로사항과 요구를 현실적으로 충족하는 상품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