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출액 반도체 -31%·디스플레이 -64%D램·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단가하락 악영향LCD '한계원가' 근접… 對中 수출은 '반토막'IMF, 韓 경제 전망 하향 조정… "불확실성 커져"
  • ▲ 자료사진. ⓒSK하이닉스
    ▲ 자료사진. ⓒSK하이닉스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하반기가 절반 지난 상황에서도 회복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수출 부진이 악화되면서 '상저하고(上低下高)' 실적 흐름도 깨지고 있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달 수출액은 447억달러로, 전년 동기 506억달러 대비 11.7% 감소했다.

    특히 수출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이 기간 24.7% 줄어든 86억달러에 그쳤다. 당초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국제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감소 폭이 커지면서 '상저하고'의 벽마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 상반기 중 반도체 수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5월 마이너스(-) 29.2%가 가장 큰 낙폭이었지만, 8월 -30%까지 떨어졌고 지난달 감소율은 더 확대됐다. 이는 D램 국제 시세가 1년 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D램 익스체인지 집계 결과 PC용 DDR 8Gb D램 고정가격은 올해 1월 평균 6달러에서 9월1일 현재 2.94달러로 반토막났다. 이 기간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도 1월 평균 4.52달러에서 4.11달러까지 하락했다.

    반도체 불황 지속으로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하락한 4000억원 수준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7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반도체 부문은 전분기보다 감소한 3조원 초반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의 출하량이 예상 대비 호조를 기록했지만, 원가 개선의 폭이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산업도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지난달 3억6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0억2200만달러 대비 64.4% 감소했다. 수출 품목 중 가장 큰 낙폭이다.

    디스플레이 부진은 중국 패널업체들이 LCD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對)중국 수출이 대폭 감소한 영향이다. 디스플레이의 중국 수출은 1년새 53.1% 줄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10세대 이상 LCD 생산설비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공급과잉 현상을 초래, 글로벌 패널 가격이 크게 줄어들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LCD가 이미 '한계원가'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난항 등 불확실성 증가로 6월부터 가격 하락폭이 확대됐다"며 "LCD 가격은 생산원가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축소시키고 OLED 등 차세대 패널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갖고 오는 2025년까지 'QD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에 대한 총 13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LCD에서 'QD 디스플레이'로 전환하고 'QD 디스플레이' 양산라인인 'Q1라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 또한 OLED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LCD TV 개발 조직을 통합하는 등 LCD 관련 조직을 축소하고 대형 OLED와 중소형 P-OLED 사업 분야로 전환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한국 주요 산업이 흔들리면서 경제성장률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로 수정했다. 지난 4월 2.6%에서 반 년 만에 0.6%p 낮춘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기준금리를 0.25%p 인하, 2017년 6월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낮아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향후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 둔화,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면서 "미중 무역분쟁 등 주요 이슈 역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도 완화되는가 싶으면 다시 커지고 있고 주요국 경제지표도 개선조짐이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