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 등 ‘모바일 오피스’ 전격 도입직급 통일하고 성과위주 승진…“보여주기식”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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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적으로 손꼽히는 증권업계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심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사무공간에 변화를 주거나 직급 체계를 간소화해 직원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강화시킨다는 전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달 디지털 사업을 담당하는 ‘디지털인텔리전스담당’과 ‘디지털채널본부’ 산하 7개 부서의 사무실을 새롭게 꾸리면서 업계 최초로 ‘모바일 오피스’ 형태를 구성했다.

    모바일 오피스는 기존의 지정석 체계가 아닌 부서장과 부서원이 모두 필요에 따라 원하는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부서간 칸막이도 없애 직원의 소속과 무관하게 타 부서원들과도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도록 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테이블도 일자형의 수직적인 배치가 아닌 T자형, Y자형으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구성했으며, 고정된 데스크톱이 아닌 노트북, 태블릿 등으로 ‘옮겨다니며’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최근 새로운 소통 창구로 각광받는 인터넷 방송용 스튜디오를 구축,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직원은 언제라도 대고객 영상 콘텐츠를 자체 제작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대우도 일부 본부와 지점에서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한 바 있다. 

    이곳에서는 지정석이 아닌 열린 구조로 매일 자신이 선호하는 자리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다. 임원들의 업무실도 칸막이를 없애 소통을 도모했다. 데스크톱이 아닌 개인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KB증권도 지난해부터 여의도 신사옥에 계열사 KB국민은행의 자본시장 담당 부서 직원들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스마트딜링룸’을 도입, 시너지 창출을 도모했다. 

    물론 내부정보 교류를 차단해야 하는 ‘차이니즈 월’ 규제로 인해 완전히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벽 대신 철망으로 부서 구분을 하거나 별도의 소통 공간에서 협업을 할 수 있는 점이 기존과 달라졌다.

    올해 당국이 금융사의 차이니즈월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한 가운데 증권업계의 이 같은 사무공간 형태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에 따르면 앞으로 차이니즈 월 규제에 따른 인적교류 금지와 물리적 차단 의무 등 형식적 규제의 법령이 폐지된다.

    물리적 ‘벽’뿐 아닌 직급 완화 등 비가시적 요소도 탈권위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모그룹 현대차그룹의 정책에 따라 이달부터 기존 6단계 직급체계를 5단계로 축소하고, 사원~대리는 ‘매니저’, 과장~부장급은 ‘책임매니저’로 변경했다.

    여기에 과장급 이상은 누구나 팀장 보임이 가능하도록 해 역량을 갖춘 인재들의 조기 성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대우도 통합법인 출범 이후인 지난 2017년 인사제도를 개편, 매니저-선임매니저-수석매니저 체제로 간소화했다. 

    삼성증권도 같은 해 기존 수직형 직급체계 대신 주임-선임-책임-수석으로 축소시킴과 동시에 표준승격연한을 폐지하고 연차와 관계 없이 성과에 따라 승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시스템 도입이 ‘성과 위주’의 보상 시스템이라는 금융투자업 특성을 살려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평가와 함께 실효성이 부족한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직급을 폐지한다고 해도 고객이나 관계사 미팅을 할 때는 편의상 기존 직급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직급 폐지가 오히려 혼란을 일으키는 상황도 있어 반응이 엇갈린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