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임기만료 윤창호 사장 후임에 김정각 금융위 상임위원 유력안정적 수익구조에 年 보수 6억원…고위 관료 '신의 직장'과거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 잦아 따가운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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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째 사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는 한국증권금융의 차기 수장으로 김정각 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부터 금융당국 고위 관료들의 '신의 직장'으로 알려진 증권금융이 낙하산 논란으로 다시금 여론의 눈총을 사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창호 증권금융 사장 후임으로 김정각 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유력시된다.
1969년생인 김정각 상임위원은 충북 청주시 출신으로 청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건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92년 제36회 행정고시를 통해 관직에 입문한 김 상임위원은 금융위 자산운용과장 등을 거쳐 중소서민금융정책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 금융위 기획조정관 등을 역임했다.
윤창호 사장의 임기가 이미 지난 3월로 만료된 만큼 증권금융은 이사회 등 선임 절차를 거쳐 오는 6월 내 사장 인을 완료할 것으로 전해진다.
준공공기관인 증권금융은 지난 1955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업무 전담기관이다.
증권사들이 의무적으로 전액을 맡겨야 하는 투자자 예탁금을 법률상 강제적으로 증권금융이 독점 관리하고, 증권사에 대출하고 이자를 받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한다. 한마디로 증권사들의 중앙은행인 셈이다.
임직원 500명 규모 증권금융은 일반인들에겐 낯설지만 '신의 직장' 수식어를 넘어 '신이 숨겨 둔 직장'이란 부담스런 별칭을 얻고 있다. 특히 고위 공무원들의 소위 꿀보직으로 낙하산의 온상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증권금융의 등기이사 5인의 지난해 말 기준 1인당 평균보수액은 4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윤창호 사장은 기본급 3억 원을 포함해 상여금 등 5억7800만 원의 보수가 지급됐다.
임직원 수가 증권금융의 두 배에 가까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게 같은 기간 지급된 5억1525만 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사장의 경우 매년 6억 원가량의 보수과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3년 임기 동안 20억 원 이상을 수령할 수 있다. 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과 함께 퇴직하는 금융위 출신 고위 관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유다.
형식적 자격요건과는 달리 통상 증권금융 사장에는 금융위원회 1급 출신이, 부사장에는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출신 인사가 자리하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현직인 윤창호 사장은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과, 금융산업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한 금융위 관료 출신으로, 지난 2021년 4월 임명됐다.
조영익 부사장은 금감원 인사팀장, 공보실국장, 감독총괄국장을 거쳐 부원장보를 지냈다가 지난해 3월 증권금융으로 자리했다.
전문성과 무관한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논란이 일었던 전례도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조인근 상근감사가 대표적이다.
차기 사장에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는 김정각 전 금융위 상임위원 역시 이같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갖추고 있고 처우 역시 두둑한 증권금융은 고위 공무원 출신들에겐 대표적인 꿀보직으로, 유독 낙하산 논란이 잦았다"면서 "이번에도 금융당국 고위 관료 출신 인사가 낙점된 것을 보면 관행이라는 이유로 관료들의 놀이터가 돼버린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현재 적합한 후보를 탐색하고 있는 단계로,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