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외부공모 종료… 내달 선정2002년 민영화 이후 정치적 외풍에 연이은 오너리스크투명한 인사 프로세스 기반 개혁 의지 갖춘 수장 절실
  • KT 차기 회장 외부공모가 마무리 되면서 '포스트 황창규' 선임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그 어느 때보다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KT로서는 위기를 타개할 진취적인 수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관행처럼 되풀이 됐던 정치적 외풍에 휘두르지 않으면서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 인물이 KT 수장으로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권 바뀔때 마다 중도 퇴진"...연이은 오너리스크에 조직 흔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회장들이 줄줄이 불명예로 중도 퇴진한 '흑역사'를 안고 있다. KT 첫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이용경 전 사장은 정권 교체로 연임에 실패했으며, 노무현 정부 때 선임된 남중수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뇌물죄로 구속돼 사임했다.

    이후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석채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물러났다. 황창규 회장 역시 현재 정치권에 고액의 자문료를 주며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과 '상품권깡'을 통해 정치인 99명에게 후원금을 보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KT 회장 흑역사의 이면에는 지분 12.1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막강한 영향력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입맛에 맞는 회장을 선임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지면서 '무늬만 민영통신사'라는 딱지가 붙어있다.

    현재 진행형인 KT 차기 회장 공모에서도 무수히 많은 인물들이 하마평에 거론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5일 마감된 외부공모의 경우 유력 후보자 10명에 대한 비방의 문건이 오간 정황도 포착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실적 악화에 미래 사업 부진, 경영정상화 언제쯤

    KT가 정치적 외풍과 이익 집단에 휘둘리는 사이에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초(超)연결로 불리는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맞는 조직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 2615억원으로 전년대비 11.4%나 떨어졌으며, 올 3분기 영업이익업이익도 2841억원으로 전년대비 23%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T 주가는 10년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와이브로 서비스 종료,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요금감면까지 겹치면서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기점으로 경쟁사들이 유료방송 인수합병(M&A) 등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KT는 선뜻 나서질 못하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CJ헬로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합종연횡이 성사될 경우 KT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1위 자리가 위태해질 수 있다.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분야 등 비(非)통신 영역에서도 KT는 뒤쳐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텔레콤은 최근 카카오와 동맹을 맺고,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으며 영토 확장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KT는 개인화 전략을 담은 IPTV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쟁사들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풍 흔들리지 않는 개혁 의지 갖춘 인물 적합

    전문가들은 황 회장을 끝으로 KT의 흑역사가 종식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차기 회장 선임 프로세스의 투명성이 확보되야 한다고 조언한다.

    KT는 2018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주주총회로 단계화 했다. 올해 4월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프로세스를 시작했으며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에 명시된 '이사 추천' 권한을 행사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지배구조위원회 KT 사외이사가 정관계 인사 4명, 언론계 인사 3명 등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정치권 등의 외압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황 회장이 연임이 아닌 이상 이사회 의사 및 결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달 회장 후보를 결정짓는 자리에 참석해 영향력을 행사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40여개 계열사와 6만여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KT를 이끌 회장은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적합하다"며 "이를 위해 경영을 견제하고 감시할 만한 독립적인 이사진을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현재 KT 차기 회장 내부 후보로는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KT 출신 외부 인사로는 최두환 전 KT 종합기술원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사장, 김태호 전 KT 정보기술(IT) 기획실장, 노태석 전 KT 부회장, 남중수 전 KT 사장, 맹수호 전 KT정책협력부문 사장, 전인성 KT그룹 희망나눔재단 이사장이 거론된다. 정부 관료 출신으로는 노준형·유영환 전 정보통신부 장관,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도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