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조목조목 반대회사법 체계 훼손, 해외 입법례 없고 경영 혼란현행법으로 입법목적 달성 가능… "차라리 그냥 둬라"
  •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뉴시스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뉴시스
    주요 경제단체들이 기업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를 25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정부의 무리한 상법 개정으로 경영활동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회사를 위해 일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도 넣자는 게 핵심이다. 현행 상법으로는 이사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별다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맹점을 해소하는 취지다. 정부는 이달 중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후 올해 하반기부터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반면 이들 경제단체들은 회사와 이사 간의 법적 위임관계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 우려한다. 주주총회에서 이사가 선출되면 이사는 법적 위임계약을 회사와만 맺고 주주와는 직접적인 위임관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와 이사 간 대리인 관계를 인정한다면 기존 법체계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 해외 입법례도 찾기 어려운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할 경우 기업의 신속한 경영판단을 막아 경영권 공격세력에게 악용되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예컨대 불가피한 구조조정 같은 이사회의 정당한 의사결정을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으로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또 신주발행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발행도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가져온다고 문제 삼을 수 있어 원활한 자금조달도 어려워진다.

    경제단체들은 "최근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이 증가 추세인데, 상법 개정이 자칫 이들만 유리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자사주 처분이나 이익잉여금 유보 등의 결정을 소수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왜곡하며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행법상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마땅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물적분할시 반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최대주주 지배권 남용을 위한 사전 및 사후규제, 형법상 배임죄 규정 등 소수주주에 대한 권익 보호와 대주주에 대한 견제 장치가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면서 "법체계 훼손까지 감수하며 상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