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외국자본 손아귀에 배당 확대·핵심 자산 매각 요구 이어질 듯경영권 방어 비용 급증성장 저해 → 밸류 다운 → 주주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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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연내 처리되는 경우 600조원에 달하는 상장자 자산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14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 150개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규제 강화 시 상장사 이사회 구성변화 분석’ 자료를 내고 100대 기업 중 16개사가 외국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10대 기업 중 4개사(40.0%), 30대 기업 중 8개사(26.7%), 100대 기업 중 16개사(16.0%)가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에 따라 외국기관 연합에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 중 외국기관 연합에 넘어갈 수 있는 16개 기업의 자산규모는 총 596조2000억원으로 약 600조원에 달했다. 100대 기업의 전체 자산 규모 1690조4000억원의 35.3%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 전체로 확대하고 소액주주들의 회사 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집중 투표제나 이사 분리 선출제, 감사 분리 선출제 등을 담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연내 처리 방식을 공식화 한 상태다. 상법개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논의됐으나 재계 등 반발이 거세면서 통과되지 못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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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협은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및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도입될 경우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600조원에 달하는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 자산 2조원 이상 분석 대상 기업 중 규제 도입 시 이사회가 외국기관 연합에 넘어갈 수 있는 기업의 자산 비중은 전체 상장사 4386조1000억원의 13.6%인 596조2000억원에 달한다.

    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하면 배당 확대, 핵심자산 매각을 요구할 수 있고 이는 국부유출로 이어져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03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은 감사위원 선출 시 3%룰의 적용을 피해 SK 지분을 매입·공격한 후 약 1조원의 단기차익을 거두고 한국에서 철수한 바 있다. 

    둘째 비용 증가에 따른 기업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 규제가 도입된 후 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를 차지하기 위해 경영권을 위협하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금을 소진하게 되고, 이에 따른 비용 증가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수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기업 지배구조 규제로 인해 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를 차지한 후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으로 연구개발(R&D)투자 자금을 소진할 경우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훼손된다. 기업의 성장이 저해되면 기업 밸류가 다운되어 소수주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미치게 된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왼쪽 둘째)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앞줄 왼쪽 셋째)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왼쪽 둘째)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앞줄 왼쪽 셋째)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재계에서는 주주에게 피해 줄 수 있는 지배구조 규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법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정부는 합병가액 시가기준 폐지,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도입 등 주주보호 정책을 추진 중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