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위기 이후 꾸준히 올랐지만 예산 쏟아붓기 일시적 효과 커 혈세로 만든 '억지' 일자리 질 낮고 양만 많아… 통계상 착시·왜곡도실업률도 덩달아 상승 아이러니… "그냥 쉰다" 청년 장기실업자 증가
  •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고용률이 12만에 최고치를 보였다"고 말하자 야당의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몇몇 의원들은 "에이~"라는 소리와 함께 손으로 X자를 만들어보이기도 했다.

    1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발언을 했다. 홍 부총리는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을 인용하며 "청년고용률이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청년실업률 역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 ▲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발언 중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손을 들어 X 표시를 하는 모습ⓒ뉴데일리
    ▲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발언 중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손을 들어 X 표시를 하는 모습ⓒ뉴데일리
    ◆ 청년고용률 정말 올랐나

    정부가 인용하는 통계에서 청년의 정의는 15세부터 29세까지 인구를 말한다. 이는 OECD 기준을 반영한 것으로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20세부터 30세 혹은 40세까지를 지칭하는 것과 범주가 다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청년 인구 903만1천명중 취업자는 399만9천8백명으로 고용률은 44.3%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달보다 취업자가 9만명 더 늘었고 고용률도 42.9%에서 1.4%포인트 상승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청년고용률은 글로벌금융위기가 닥친 2010년 40%대를 간신히 유지하다 2013년 39.5%로 최저치를 찍고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2014년 40.5%, 2015년 41.2%, 2016년 41.7%, 2017년 42.1%, 2018년 42.7% 등 한해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올랐다.
  • ▲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발언 중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손을 들어 X 표시를 하는 모습ⓒ뉴데일리
    당장 올해 전체 청년 고용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정책적으로 꾸준히 청년 취업을 장려한 것은 사실이다.

    올해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42.7%에서 올해 5월 43.6%로 대폭 올랐다. 한달 뒤 바로 43.2%로 주춤했다가 7월에는 44.1%로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 ▲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발언 중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손을 들어 X 표시를 하는 모습ⓒ뉴데일리
    ◆ 대대적 예산투입, 혈세로 만든 일자리

    정부가 올해 세운 고용장려금 예산은 5조7천883억원이다. 지난해 3조7천879억원보다 약 2조원 가량(52.8%) 늘렸다. 이중 청년취업에 지원하는 돈은 청년고용장려금 6천745억원, 청년내일채움공제 9천971억원 등이다.

    특히 청년고용장려금으로 올해 배정한 예산은 불과 5개월만에 동이났다. 올해 5월과 7월 청년고용률이 유독 치솟은 이유가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년고용장려금은 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면 1인당 최대 2천7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처음 이 제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성장 유망 중소기업에 한해 대상을 정했고 1인당 2천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원대상과 지원금 제한을 사실상 해제하면서 영세 소규모 업체들도 너나할것없이 지원금을 타가기 위한 신청을 밀어넣기 시작했다.

    급기야 5달만에 예산을 모두 써버린 정부는 지난 8월 2천162억원을 추경예산으로 편성했지만 이마저도 2달만에 모두 소진됐다.
  • ▲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발언 중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손을 들어 X 표시를 하는 모습ⓒ뉴데일리
    그나마 투입된 혈세도 모두 청년 구직에 올바로 사용된 것도 아니었다.

    사업주의 친인척을 채용한 것처럼 꾸며 장려금을 타가거나, 기존에 일하던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정규직으로 속여 정부지원을 받는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달 감사원 감사결과 3년간 고용장려금을 부정수급해 환수대상으로 잡힌 금액만 104억원에 달했다.

    ◆ 억지로 만든 일자리, 억지로 취업하는 청년들

    홍 부총리가 자찬한 10월 청년 고용동향을 자세히 살펴보면 총 903만1천명 중에 430만6천명이 경제활동인구로 잡혀있다. 지난해 청년 인구는 914만9천명으로 이 중 경제활동인구는 431만2천명이었다.

    10개월만에 청년 인구는 11만8천명이 줄었는데, 경제활동인구는 6천명만 줄어든 것이다. 47.1%였던 경제활동 참가율이 47.7%로 0.6%p 뛰어올랐다.

    과거라면 학업, 병역 등으로 취업시장에 잡히지 않았던 청년들이 정부 취업포상 정책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국회 환노위 한 전문위원은 "억지로 일자리를 만들고 여기에 예산을 투입하다 보니 여기에 몰린 청년들이 직장인으로 분류되는 것"이라며 "취업할 형편이 아닌 대학생이나 군인들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지표에 잡혀 버린다"고 했다. 이 전문위원은 "취업자를 우선 분류하고 분류되지 않은 남은 인구를 비경제활동으로 간주하는 통계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 ▲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발언 중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손을 들어 X 표시를 하는 모습ⓒ뉴데일리
    정부가 임의로 만든 일자리다 보니 '양'은 늘었지만, '질'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청년들이 취업한 근로시간 형태를 보면 주당 1~14시간 일하는 취업자가 38.4% 늘었다. 주당 51~55시간이나 56시간 이상 일하는 전업 일자리는 각각 25%와 29.3% 줄었다.

    취업한 분야도 농어업(41.8%)이나 공공행정 분야(28.2%)가 대부분이었다.

    청년들이 취업한다해도 '단기 알바'나 '정부 행정인턴' 등에 몰려있어 청년들이 말하는 '진짜 직장'을 구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 고용률과 함께 실업률도 오르는 아이러니

    정부가 임의로 만든 일자리나 단기 아르바이트에 청년을 몰아넣고 나니 고용률과 함께 실업률도 상승하는 아이러니도 생겼다.

    최악의 청년고용률을 기록했던 2013년(39.5%) 청년 실업률은 8%였다. 그러던 수치가 청년고용률 42.7%로 오른 2018년 청년실업률은 9.5%로 치솟았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10월 청년 실업률은 7.2%였지만 7월(9.8%), 4월(11.5%) 등 통계시점에 따라 워낙 편차가 커 실질적 지표가 되진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청년들의 첫 직장 평균근속개월수가 17개월로 꾸준히 유지하던 18개월에서 1개월 줄었다.

    임시적, 계절적인 일의 완료 및 계약기간 끝남 등의 이유로 실직·이직한 청년이 지난해 32만명에서 올해는 34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 ▲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발언 중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손을 들어 X 표시를 하는 모습ⓒ뉴데일리
    청년 인구 100만명이 무너진 이후에도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 속에 청년 실업률이 계속 높아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질낮은 일시적·단기적 일자리에 휩쓸리다 구직을 아예 단념해버리는 청년층이 늘고 있는 점은 간과하기 어려운 점이다.

    1년 이상 청년 장기 미취업자는 지난해보다 4만명 늘어난 68만명으로 집계됐다. 구직활동 없이 '그냥 쉰다'는 사람이 217만3천명에 달하는데 이 중 37만8천명이 청년이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 문제점을 진단하지 못한 채 정부가 세금 퍼주기에 급급하다 보니 양과 질 모두 추락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무리한 재정지출 확대로 오히려 청년세대의 세금부담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