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중소기업 적용 앞두고 업계 불안감 가중탄력근무, 선택근로 등 국회 계류 법안 통과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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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로시간 위반 관련 벌칙 수준이 30-50클럽 국가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30-50클럽은 1인당 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명 이상인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7개 국가이며 소규모 국가를 제외한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선진국을 의미한다.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4일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 주 52시간제가 내년부터 본격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법·제도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전반에 불안감이 팽배해질 것을 우려했다.한경연은 "탄력근로 단위기간 연장, 선택근로 정산기간 연장 등 근로시간 유연화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며 "일감이 몰릴 때 불가피하게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데 선진국에 비해 국내 처벌법이 지나치게 강한 것도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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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내 근로기준법(110조)는 근로시간을 위반한 사업주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30-50클럽 선진국에는 일감이 몰릴 경우 사업주가 불가피하게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유연근로시간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한경연에 따르면 탄력근로 최대단위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한 한국과 달리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1년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26주를 적용한다.또 미국은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벌칙 규정이 없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벌금을 부과한다. 독일도 원칙적으로 벌금 조항을 적용하지만,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위반에 한해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한다.한경연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지불능력이 없어 불가피하게 법을 어기는 영세사업주가 증가할 것도 우려했다.올해 최저임금은 8천350원으로 2017년 6천470원에 비해 2년만에 29.1%가 올랐다. 여기에 법정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제 인건비는 시급 1만30원에 달한다.문제는 지불능력이 없는 영세·중소 사업주가 실제로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보다 실질 임금이 적은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7년 13.3%에서 2018년 15.5%로 상승했다. 1∼4인 사업체 36.3%, 5∼9인 사업체 19.6% 등 사업규모가 영세할수록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았다.한경연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임금 조정이 필요한 근로자 비율을 나타내는 최저임금 영향률이 2019년 25.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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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위반했을 때 받는 처벌도 한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강했다.한국은 최저임금법 28조에 의거,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분하는데 대부분 선진국들은 벌금제만 시행 중이다. 유일하게 징역형을 병행하는 미국의 경우 최저임금을 의도적으로 위반했을 때만 1만 달러 이하의 벌금 혹은 6개월 이하의 징역을 부과하고 있다.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면서 영세·중소사업자들이 불가피하게 이를 지키지 못해 벌칙을 적용 받을 리스크가 높아졌다"며 "탄력근로 단위기간 연장 및 선택근로 정산기간 연장 등 국회 계류 중인 법안들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