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준의 재계 프리즘] 적폐로 몰더니… 스탠스 변화 조짐지난달 방일 이낙연 총리, '지일파' 신동빈 회장에 도움 요청김연철 통일 장관, 현정은 회장과 금강산 해법 모색
  • ▲ 김연철 통일부 장관(왼쪽)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14일 금강산 관광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연합뉴스
    ▲ 김연철 통일부 장관(왼쪽)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14일 금강산 관광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경제에 무지했던 것을 사실상 인정하고, 기업인들에게 잇따라 해법을 묻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대기업들을 적폐로 낙인찍고 압박해왔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는 악덕 고용주로 여겨온 것이다.

    이런 인식 탓에 대한민국 경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반만에 곤두박질 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등의 틀에 갖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인들과 적극 소통하며 경제를 비롯한 현안 해결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

    지난달 1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 방문을 앞두고 지일파로 유명한 신동빈 롯데 회장을 만나 일본과의 갈등 해결 방안을 논의한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친분이 있는 신동빈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이뤄진 만남이었다. 일본의 문화와 정서, 아베 총리의 성향을 비롯해 양국간의 경제갈등을 바라보는 기업인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이전까지는 이런식의 'SOS' 요청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지난 14일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금강산 관광 해법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김 장관은 “현대와 정부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되지 않겠냐”며 현 회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면담을 통해 당장 직접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는 못했겠지만, 이런 시도와 자리가 새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경제와 관련된 정치적인 이슈에서 잇따라 문재인 정부가 기업인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은 그동안 '경알못(경제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사실상 시인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런 인식 변화가 긍정적인 희망을 갖게 한다. 남은 임기동안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

    조금 더 인내를 갖고 문재인 정부와 기업인들의 콜라보레이션을 기대해보자. 이는 '경알못'을 인정할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