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앞으로 다가온 3월 주총시즌560개사-718명 옷 벗어야"기댈 곳이 없다" 무기력한 경제단체 야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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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사외이사 대란'을 부를 3월 주총이 6주 앞으로 다가왔다.

    설 연휴를 마친 기업들은 어디서부터 주총 준비를 해야할 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부의 시행령 강행으로 당장 500여 상장사가 사외이사들을 바꿔야 하지만 뾰족수가 안보인다.

    다른 기업들은 어찌 준비하는 지, 혹여 유예책이 나올 지 등 이리저리 귀동냥을 해보지만 별무신통이다.

    속내는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당장 개별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재계 입장을 대변할 경제단체들이라도 제 목소리를 내주길 고대하지만 하나마나한 '우려표명'이 전부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당장 3월 주총을 불과 6주가량 앞둔 상태에서 적지 않은 기업들이 기존 사외이사 재선임이 불가능해져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한다.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한 회사에서 6년 이상(계열사 포함 9년) 재직한 사외이사들은 더이상 연임을 할 수 없다.

    뻔한 인재풀에서 새 인물을 찾는다는게 여간 어렵지 않다. 드래프트 시장이 열릴 판이다.일각에서 친정권 인사들의 대거 영입을 점치는 이유다.

    이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제단체들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정부 눈치보기에만 입을 닫고 있다.

    딴살림을 차린 지 오래인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에게  공동 대응이나 상호 협력을 기대하는 건 언간생심이다.

    앞서 경총은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유능하고 전문성이 있는 인력도 6년 이상 재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장치를 부과하는 과잉규제"라는 골자로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입장문을 냈다. 

    대한상의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및 기관투자자의 경영진 감시역할 강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주총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제도를 한꺼번에 시행함에 따라 기업현장의 혼란과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사외이사의 임기 제한은 인력운용의 유연성과 이사회의 전문성을 훼손한다"고 전했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와 국회를 상대하며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경제단체들이 정체성이 송두리째 흔들릴 지경이다.

    A기업 사외이사는 "이번 상법 개정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개정인데도 흐지부지될 모양"이라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도 "국내에선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개별적으로 입장 표명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라며 "경제단체들이도 적극적으로 항변해야 정책 시기를 늦추든, 재고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다가올 3월 주총에선 자산 기준 10조 이상의 대기업집단 상장사 264곳 중 40곳의 사외이사 61명이 옷을 벗어야 한다.

    임기가 끝났거나  재직 기간 6년 초과 인사들이 대상자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이런 인물들이 560여 개사, 718명에 달한다.

    문자 그대로 '사외이사 대란'인 셈이다.

    대기업 계열사 중 삼성SDI는 4명을 바꿔야한다. 3명이 6년 제한에 걸린다. 카카오 역시 3명이 물러나야 한다. 삼성전기, KT, 현대건설, SK텔레콤, 고려아연, 영풍, LS 등도 2명을 새로 뽑아야한다. 1명씩을 교체해야 하는 곳도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SK하이닉스, LG이노텍, 롯데하이마트 등 25곳이다.

    금융위 등 정부 기관은 "이번 개정이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한 견제기능을 강화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저 입닫고 끌려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