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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일부 영업점을 대상으로 대출 취급과 투자상품 가입 성과를 고과에 반영하는 ‘실적 경쟁’을 모두 없앴다.
직원들은 펀드나, 신탁 등 투자상품판매 압박으로 내몰리는 실적 부담에서 벗어나고, 고객들도 부담 없이 거래하기 편한 금융서비스를 누리게 됐다는 평가다.
기존의 KPI(성과평가지표)를 뒤엎는 신한은행의 새로운 시도에 은행권의 관심이 쏠린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초부터 서울 난곡과 신림동, 하계동, 신내동, 오류동 영업점 5곳을 ‘고객 중심’ 영업점으로 지정하고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이 지점들은 입출금 등 단순 대면거래 선호고객이 많은 반면 실적은 다른 영업점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직원들은 내점 고객을 응대하느라 영업점에 할당되는 투자금융상품 실적 목표를 제대로 채우기 어려웠다.
신한은행은 해당 지점이 사회적금융서비스 제공과 고객 동반성장, 고객가치 창출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 실험적 운영을 선택했다.
고객중심 영업점의 핵심은 기존의 KPI를 없애고, 도입 취지를 감안한 새로운 KPI 방식 적용이다.
종전에는 펀드나 방카슈랑스, 신탁 등 비이자이익 손익에 따라 성과평가 배점을 부과했으나 비이자이익 배점을 축소 혹은 없애고, 이자이익에 대한 성장목표 반영도 제외하기로 했다. 투자자산 고객수익률도 평가에서 제외했다.
반면 입출금과 간편상담창구를 확대하고, 내점 개인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금융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지점장도 한층 젊어졌다. 통상 지점장은 차장과 부지점장을 거치며 50대쯤 돼야 가능한데 고객 중심 영업점은 차장급까지 지점장 대상을 넓혔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지점장 5명 중 4명은 40대 차장(5급)이며 1명은 부지점장(MA)이다.
신한은행은 영업점 시범운영을 통해 향후 다른 점포로 확대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신한의 파격적인 실험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취임이후 꾸준히 강조한 고객중심 영업의 일환이다.
진 행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은 물론, 사회와 이웃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신한다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지점을 사회적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대표 모델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진옥동 행장이 취임이후 새로운 평가 체계인 ‘같이성장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영업점 평가체계 전반을 고객 관점에서 다시 설계하는 등 다양한 시도에 앞장서면서 은행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