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이상 고가에 보조금 지급도 안돼… 짧은 주행거리(309km)도 영향브랜드 첫 전기차 아쉬운 성적표… 출시 이후 넉달간 30대 판매실라키스 사장 전동화모델 전략 수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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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브랜드 최초로 내놓은 전기차 'EQC 400'이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강남 한복판인 가로수길에 EQC 전용 전시관까지 마련하며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판매량은 기대에 못미친다.

    2018년 기준 4조원이 훌쩍 넘는 매출로 압도적인 수입차 1위 명성에는 한참 못미치는 결과다.

    최근 출시되는 다른 전기차 대비 짧은 주행거리에 보조금 마저 받지 못하는 비싼 가격으로 쉽사리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첫 전기차가 부진을 보이면서, 향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이 세우려는 전동화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1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 EQC 400의 지난 1월 판매는 6대에 그쳤다. 전월(12월) 판매량인 3대에 비해선 두배 늘었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출시효과에 힘입어 최다 판매량인 19대를 기록했지만 다음달인 11월에는 2대로 뚝 떨어졌다.

    출시 이후 넉달간 총 판매량은 30대에 그쳤다.

    판매 부진의 배경에는 짧은 주행거리, 높은 가격대가 자리하고 있다. 벤츠 EQC 400의 판매가격은 1억500만원에서 1억1100만원으로 책정됐다.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 고객들은 온전히 1억이 넘는 가격을 다 지불해야 구매가 가능하다. 벤츠 코리아가 출시 이전 보조금 지급 대상 심사 신청을 포기한 탓에 부담이 더 커졌다.

    당시 신청을 포기한 이유는 저온 주행거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조금 지급을 위한 전기차 차종 성능평가 항목은 총 11개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주행거리와 관련해선 상온(영상 25도)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00km 이상인 모델의 경우 저온(영하 6도) 충전 주행거리는 상온의 60% 이상이 돼야 한다.  

    EQC 400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9km이다. 따라서 저온에서 충전하면 207km이상 주행거리가 나와야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

    교통환경연구소에 따르면 EQC 400은 저온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171㎞로 상온 309㎞의 55.3%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벤츠 코리아가 구매 보조금 심사 신청을 포기했을 것이란게 업계 대체적인 시각이다.

    짧은 주행거리도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EQC 400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9km에 불과하다. 최근 출시되는 국내 전기차를 차치하더라도 테슬라 모델S(367km)와 재규어 I PACE(333km)에 비해서도 현저히 떨어진다.

    고가의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테슬라 등 다른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향후 벤츠가 국내 시장에서 전동화 전략을 수립할 때 기준이 될 수 있단 대목에서도 EQC의 흥행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 첫 전기차 EQC 부진이 여러모로 벤츠 코리아에 뼈아플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벤츠라고 무조건 우선시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벤츠가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EQC를 알리고 있지만 소비자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전기차란 점에서 EQC의 실패는 다시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실라키스 사장이 향후 다른 전기차를 내놓을 때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