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초비상이미 1430원 근접… 추가 급등 우려LG엔솔·삼성SDI·SK온, 변동 리스크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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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9조원 수준의 외화 부채를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계는 환율 변동 리스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자칫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최대 2000억원이 넘는 환차손을 감당해야 할 처지다.9일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30원으로 급등했다. 지난 7일 국회 탄핵안이 부결되면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비롯한 해외 투자은행들은 원화의 가치가 추가로 급락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이에 캐즘으로 실적이 위축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외화 부채가 외화 자산보다 클 경우 환산손실이 발생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 기업은 부채가 더 크다.과거엔 해외 고객사가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이 높아 환차익을 보기도 했지만 캐즘, 중국 공세로 판매가 위축된 가운데 해외 생산, 투자 부담만 가중되고 있어서다.가장 외화 부채 부담이 큰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달러 자산은 4조4397억원, 달러 부채는 6조8284억원이다. 유로 등 외화 전체를 포함하면 자산 5조1793억원, 부채 9조5987억원으로 규모가 커진다.LG에너지솔루션은 환율이 10% 상승하면 연간 2389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이 3분기 누적기준 800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가량이 환손실로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의미다.삼성SDI와 SK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SDI는 구체적으로 외화 자산, 부채 규모를 공개하지 않지만 3분기 외화 환산 이익 93억원, 외화 환산 손실은 918억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외화 환산 이익에 비해 손실이 10배가량 큰 것을 감안하면 삼성SDI의 외화 부채 규모 역시 적지 않은 수준인 점을 시사한다.SK온은 3분기 외화 자산 3조8762억원, 외화 부채는 4조1960억원이라고 밝혔다. SK온은 원화환율이 5% 상승할 경우 178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문제는 탄핵이 무산되면서 환율 변동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 업계에서도 이번 사태로 인한 원화 가치 절하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 당시 사례를 돌아보면 최초 언론 보도부터 퇴진까지 약 46일이 소요됐고, 단순히 날짜를 대입하면 1월 18일을 전후해 상황이 진정될 것”이라며 “이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하면 강달러 시기에 원화 절하폭은 여타국보다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