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우려가 바꾼 주총 풍경… 마스크 의무화·지정좌석제전자투표제 독려, 온라인 생중계 ‘언택트 주총’도 확산30대 기업 총수 일가, 23명 사내이사 재선임… 한진·효성 주목
  • ▲ 2020년 주요기업 정기 주주총회 일정. ⓒ김수정 그래픽 기자
    ▲ 2020년 주요기업 정기 주주총회 일정. ⓒ김수정 그래픽 기자
    정기 주주총회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이번주에만 314곳의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들 기업들은 전자투표제 독려와 주총장 철통방역 등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2302개사 중 16~20일 주주총회를 여는 상장사는 총 314개사다. 날짜별로는 금요일인 20일에는 205개사가 몰렸다.

    ◇ 코로나19가 바꾼 주총 풍경… 지정좌석제·온라인생중계

    삼성전자는 18일 오전 경기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액면분할 후 늘어난 주주 숫자로 지난해와 같은 대란을 막기 위해 서울 서초사옥이 아닌 수원에서 주총을 개최한 것.

    아울러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주총을 열리기 2주일 전인 지난 5일부터 매일 주총장을 방역했다. 또 인근 지하철역에서 주총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서 안내요원이 탑승자에 손소독제를 뿌리고, 마스크 착용여부를 확인했다. 주총장 지정 좌석제 운영도 눈에 띈다.

    주총 실황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언택트(비대면)’ 주총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오는 26일 주총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온라인으로 중계한다. 감염 우려에 주총장에 오지 못하는 주주를 위해 현장을 중계하고, CEO 등 경영진은 온라인으로 수렴한 주주의 질문을 현장에서 답한다.

    전자투표제도 확대됐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 온라인 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삼성전자와 롯데지주, CJ 등 주요 기업은 주총 개최를 앞두고 전자투표제에 주주들이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동시에 주총장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체온이 높을 경우 출입을 제한한다.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격리공간으로 안내한다.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
    ◇ 30대 기업 총수家, 사내이사 23명 재선임… 한진·효성 “대표이사 지켜라”

    올해 주주총회 시즌의 관전 포인트는 총수 일가의 사내이사 재선임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 30대 기업의 총수 일가 중 23명이 재선임 관문을 넘어야한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한진칼이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등 3자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진칼은 이번 주총에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이번 표대결에 따라 한진칼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

    재계는 해당 분쟁을 두고 조원태 회장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었다고 판단한다.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줘서다. 또 한진가 내부는 물론 글로벌 협력사와 대한항공 임직원 및 노조도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효성 역시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총괄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논의한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 2017년 조석래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직에 올랐다.

    그간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지난해 지주사 ㈜효성을 비롯해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등 주력 5개사는 영업이익 1조102억원을 합작했다. 주주들에 실적 개선은 큰 성과다. 주가 및 배당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 조현준 회장은 무난하게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선임도 주목받는다. 그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으로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한화 총수일가 중 유일한 등기임원이 된다. 10대그룹 중 총수 일가가 그룹 계열사 사내이사에 한곳도 등재되지 않은 곳은 한화가 유일하다.

    한화는 “김동관 부사장은 주요사업인 태양광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해당 부문의 흑자전환과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태양광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며 “향후 사내이사로서 각 사업분야가 글로벌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