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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100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이 급한 불을 일시적으로 끌 수 있었지만 추가 대응 타이밍을 놓치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악순환 궤도로 빠져들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른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경제위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19 금융지원 규모를 단 5일 만에 50조원에서 100조원으로 늘렸다.
특히 기업어음(CP)에 7조원, 채권시장에 24조원을 배정했고, 증권사 '마진콜' 비상에 한국은행이 나선 것은 취약기업을 시작으로 한 기업들의 도미노 부도사태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한은이 자금을 무제한 공급한다고 한 만큼 금융사 도산 가능성은 거의 없어져 금융권의 안전은 확실히 지켰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에서는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정부와 한은의 유동성 공급 정책은 단지 시장의 폭락을 일시 진정시킨 정도라는 설명이다.
특히 자금시장 상황을 보면 위기가 멈추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27일 기준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2.039%,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060%로 마감했다. 신용 스프레드로 보면 98bp(1bp=0.01%포인트) 격차가 있었다.
정부 대책 발표전인 23일 기준 신용 스프레드(86bp)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벌어졌다.
국고채와 회사채간 신용 스프레드가 커진다는 것은 회사채 시장의 경색이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 초 스프레드가 60bp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신용스프레드가 가장 컸던 시점은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 3개월 뒤인 12월 10일의 465bp였다.
초단기물인 CP 91년물 금리는 27일 연 2.09%로 마쳤다. 정부 대책 전인 23일 연 1.55%보다 50bp 이상 올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 위기 상황에서는 일중 신용스프레드 변동 폭이 50bp를 넘나들기도 했다"면서 "현재 신용스트레드의 수준이나 일중 변동 폭 등을 보면 자금시장 여건이 전반적으로 어렵기는 하지만 극한의 패닉 상황까지는 일단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은의 대책에도 증시에서 외국인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코스피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정부 대책 발표일인 24일 823억원으로 다소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하루 순매도 규모가 3000억~5000억원 안팎을 기록 중이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7일 915.39포인트(4.06%) 하락한 2만1636.78에 거래를 마쳤다. 경기부양책의 훈풍을 타고 지난 사흘간 가파르게 오르다 반락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서자 다시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졌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위기의 칼날이 우리 경제의 취약부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19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기 시작하면 실물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수 있고,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질 경우 경제 시스템 전반을 망가뜨릴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방역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이들에게 인공호흡기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건은 결국 코로나19 사태의 지속기간으로,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어야 한국의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도 정상화될 수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자신의 SNS에서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기고를 인용해 "지금은 역대급 전쟁 상황이다. 머뭇거리면 죽는다. 속도가 핵심"이라며 "기업이 도산하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세금은 그만큼 사라지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자영업자든 대기업이든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전방위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