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홍그루 교수 연구팀, “와파린 투약 힘든 환자에 새 선택지”
  • ▲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환자에게 초음파검사를 시행 중이다. ⓒ세브란스병원
    ▲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환자에게 초음파검사를 시행 중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판막 치환술이나 성형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응고치료에 경구용 항응고제(NOAC) ‘에독사반’이 와파린과 비교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부족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 연구팀은 심장판막 질환 환자 220명을 대상으로 에독사반과 와파린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를 지난 30일(미국 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심장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심장에는 혈액이 섞이지 않고 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각 방 사이의 문 역할을 하는 4개의 판막이 있다. 이 판막에 협착 또는 역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심장판막질환이다. 

    문제는 심장판막 치환술이나 성형술을 받으면 혈전성 합병증 예방을 위해 수술 후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항응고치료제로는 와파린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와파린의 경우 비타민K의 영향을 받아 환자의 식습관이나 복약 습관 등에 따라 약효가 달라질 수 있어 환자들의 불편이 많았다. 

    와파린 복용 시 푸른 채소나 콩, 두부, 두유 등이 제한된다. 또, 약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검사(INR 모니터링)와 용량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에 병원에 와서 혈액 검사를 통해서 와파린 용량을 조절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홍그루 교수 연구팀은 승모판막이나 대동맥판막 중 한 곳이나 두 곳 모두 판막 치환술이나 성형술을 받은 환자 220명(20~85세)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에독사반과 와파린의 효과를 비교했다. 

    이번 연구는 NOAC인 에독사반과 와파린을 대상으로 비열등(Non-inferior) 설계로 진행된 무작위, 전향적, 직접비교를 시행한 세계 최초의 연구다.

    에독사반 투여군(102명)은 하루 한번 30~60mg을 투여하고, 와파린 투여군(107명)은 혈액응고수치(INR) 2.0~3.0 유지를 목표로 용량을 조절해 투여했다. 

    연구팀은 3개월간 추적 관찰을 통해 4D CT 촬영과 심초음파 검사에서 발생한 혈전 색전과 심장 내 혈전 발생 사건을 합산해 에독사반과 와파린을 비교했다.

    연구결과 에독사반 투여군에서는 혈전이 생기지 않은데 비해 와파린 투여군의 3.7%인 4명에서 혈전이 발생했다. 

    와파린 그룹의 경우 혈전으로 인한 관상동맥 폐쇄가 1례, 심장이나 수술한 판막에 혈전이 발생한 경우가 3례 확인됐다. 발견된 혈전 때문에 1차 유효성 결과에 보고된 사례는 와파린 그룹에서 4명, 에독사반 그룹에서 0명이었다.

    출혈에서는 두 그룹간 큰 차이가 없었다. 에독사반 투여군에서 주요 출혈이 3건(2.75%)이 발생했고, 와파린 투여군에서 1건(0.9%)이 확인됐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에독사반의 경우 두 개 내 출혈과 같은 심각한 출혈은 발견되지 않았다.

    홍그루 교수는 “심장 판막 치환술이나 성형술 이후 3개월간 혈전 색전증이나 출혈을 방지하기 위한 에독사반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에독사반의 경우 효과는 확실하고 부작용이 별로 없어 그동안 와파린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와파린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기계판막이 아닌 조직판막과 성형술을 시행받은 환자에 대해서 시행한 연구이므로 기계판막으로 치환 수술을 받은 경우는 기존과 같이 와파린을 복용해야 한다고 전제를 뒀다. 

    홍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판막수술환자에서 와파린대신 NOAC을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연구결과로 의미가 있다.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사용증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