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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발 주가 폭락으로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주가방어와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오너 기업 입장에서는 폭락장세에서 싼값에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진들의 자사주 매입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오너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자사주 매입 러시는 책임경영·주가부양 목적 외에도 지배구조 강화에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적으로 기업 주가 하락 시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뤄진다.
경영진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 자체가 회사의 미래 실적과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급락함에 따라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경영진들의 자사주를 매입과 공개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의결권 강화와 경영권 방어, 가업 승계를 위한 지분 조정, 임직원의 스톡옵션 발행 등 특정 목적에 의한 자사주 매입도 눈에 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일부 재벌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저가에 지분을 늘려 승계구도를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일부 부유층이 주가 하락을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기회로 이용하고, 한국에서는 높은 상속세율을 감안, 일부 재벌들이 낮은 주가를 적극 활용해 지분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주식을 직접 증여하기보다 주가가 떨어졌을때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승계를 쉽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가 저평가되는 시점을 이용해 지분을 늘리면 상장사의 경영권 승계는 그만큼 쉬워진다.
실제 자사주 매입으로 대외적으로는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한편 결과적으로 지분 확대로 이어진 기업들도 눈에 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자사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 회장은 23일과 24일 잇따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기존 20.23%에서 20.70%까지 늘렸다.
김남구 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의 등기임원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올해 회장직에도 오른 만큼 지분확대로 사내 영향력 또한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또 다른 증권업계 오너가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도 폭락장에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했다.
2일, 3일 자사주 3만3417주를 매수한데 이어 20일부터 26일 나흘동안 6만19주를 사들였다.
양 사장은 그동안 보유 지분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기회에 지분을 대폭 늘려 현재 지분율은 8.64%다.
키움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다우키움그룹의 김익래 회장은 보유 중인 다우데이터 주식 1556만6105주 가운데 94만주를 이머니에 시간외매매를 통해 매각했다.
다우데이타는 다우기술을, 다우기술은 키움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머니는 김 회장의 아들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가 세운 회사로 다우데이타의 2대 주주이다.
최근 주가 하락을 이유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오너 증권사 중 소각 결정을 내린 곳은 미래에셋대우가 유일하다.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결정을 내리면 주가반등 효과를 확실히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미래에셋대우가 470억원 규모, 유통주식수의 2.4%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겠다는 발표 당일(20일) 주가는 10.69% 급등했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하며 30일까지 7거래일 간 47.78% 뛰었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자사주 매입 효과를 본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정 수석부회장은 19일부터 25일까지 약 810억원을 들여 현대차 지분율을 2.62%로 늘렸고, 0%였던 현대모비스 지분율도 0.27%로 늘렸다.
그룹 지배구조 핵심 기업의 지분율을 늘리면서 주주안정과 지배력 강화 두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오너기업들의 최근 자사주 매입은 모두 불안안 시장 상황에서 책임경형 의지를 밝히고 주주가치와 미래기업가치 제고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여 부담이 높은 현실에서 주가가 저점일 때 주식을 매입하게 되면 향후 승계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하다"며 "상장사 오너 일가의 지분 확대 시점이 주가가 저평가 구간인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