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사옥이전… 압구정 쇼핑센터서 삼성동 신사옥으로 ‘위기에 투자’ 면세점 확대 이어 백화점·아울렛 신규점까지창립 49주년 정지선 회장 제2의 창업 예고할듯
  •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현대백화점그룹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이 40년만에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통업계 전반이 저성장기조,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유독 현대백화점이 사업 확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비전2020을 발표한지 정확히 10년째가 되는 해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사옥을 옮기는 ‘삼성동 시대’를 맞아 적극적인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현대백화점그룹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오는 17일 40년만의 사옥이전에 나선다. 1980년부터 이용해오던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내 금강쇼핑센터를 떠나 서울 삼성동의 신사옥으로 이전하는 것. 

    이는 현대백화점으로서 의미가 적지 않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건물을 3개층을 사옥으로 써오던 현대백화점은 유통업계 내에서도 독특한 아이콘으로 꼽혀왔다. 삼성동 신사옥은 지하 6층, 지상 14층의 대규모 빌딩이다.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룹 계열사 현대홈쇼핑은 최근 자회사인 현대HCN의 케이블TV 사업을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HCN은 유료방송시장 5위 사업자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이던 계열사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HCN의 매각을 토대로 대규모 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지금까지 현대홈쇼핑은 안정적인 수익창출 능력과 낮은 부채비율 때문에 종종 그룹 M&A의 선봉장으로 활약해 왔다. 이런 현대홈쇼핑이 자회사의 캐시카우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이다. 현대HCN의 몸값은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업계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규모를 늘려가는 중이다. 돌다리도 두둘기는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이 빛을 발하는 시기다.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한 두타면세점을 인수하는가 하면 경쟁사인 신세계면세점을 밀어내고 처음으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사업권을 따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이 올해부터 대규모 폐점을 예고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신규점포를 늘려가는 곳이기도 하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여의도점의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오는 6월 대전점과 11월 남양주점 오픈을 준비중이다.

    이런 일련의 변화에 핵심에는 결국 정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는 정 회장이 올해 6월 창립 49주년 기념일에 맞춰 비전 2030을 새롭게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창립기념일에 직접 비전2020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 그의 전략은 현대백화점그룹 성장의 기반이 됐다. 정 회장은 비전2020을 실현하는 최근 10년간 한섬, 리바트, 한화L&C 등 다양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의 패션, 가구·인테리어를 총괄하는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이 때문에 유통업 전반이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률을 보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심지어 삼성동 신사옥 부지는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사들인 직후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계획이 발표되며 가치가 크게 상승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을 두고 ‘승부사’라 표현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40년 동안 머물렀던 사옥을 떠나면서 제2의 창업이라 할만한 변화를 예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급격하게 악화되는 시황에서 현대백화점그룹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