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1 액면분할 2년…값싸진 주식 효과 '동학삼전운동' 바탕外人 내던진 삼성전자만 몰리는 개미…증시 수급 불균형 초래증권사 목표주가 줄하향…"투자문화 여전히 후진적" 비판도
  •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이른바 '동학삼전운동'의 밑바탕에는 지난 2018년 5월 삼성전자의 50대 1의 액면분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주당 250만원의 주식이 5만원으로 낮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이 쉬워진 것으로 한편에서는 여전히 국내 투자문화가 후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코스피는 물론 국내 시총 1위 기업 삼성전자 주가 역시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은 저가매수를 기회 삼아 외국인이 파는 삼성전자 주식을 끌어모으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민주로 거듭나기 위한 수단으로 50대 1 비율로 액면분할한 효과가 2년 뒤에서야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폭락장세 뒤에 급등장세가 동반되면서 낙폭을 빠른 시일 내에 회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투자자들은 고위험 투자 수단인 주식시장에 뛰어들되 그 중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에 뛰어들고 있다"며 "주당 100만원의 황제주 보다 4~5만원 수준의 주식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1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주식을 7조2836억원 어치 매도했다.

    연초 57%대였던 외인보유율은 현재 54%대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가 받아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7조4724억원을 사들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반영되기 직전인 연초 주당 6만원선을 돌파한 6만2800원을 기록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 선을 지탱하고 있는 힘도 개미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한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변동성 장세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총 상위주에 투자한 덕분에 시장 방어 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다.

    3월 한 달 간 코스피 지수는 11.69% 떨어졌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23%에 비해서는 절반 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동학삼전운동이 국내 증시에 마냥 좋은 현상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우선 소외주가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총 상위 종목에만 매수세가 이어져 우량주로 분류되던 종목들은 실적과 무관하게 수급 때문에 주가가 더 빠지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그만큼 시장에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개미들의 삼성전자 매수 열풍이 결국 삼성전자의 추가 하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들의 거래는 시총비중에 따라 이뤄지는데 삼성전자의 시총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으면 앞으로도 추가 매도에 나설 수 있고, 큰손이 빠져나갈수록 주가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재 삼성전자가 코스피200 지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투자자의 매수 열기가 증시 전체로 돌지 않고 소외되는 종목이 발생된다면 결국 프로그램 매매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대폭 낮추고 있다.

    1분기를 마친 시점에서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코로나19로 인해 예상보다 타격이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2주 동안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내린 증권사만 7곳에 이른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지난 16일에 목표주가를 6만7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하향한데 이어 27일 다시 6만1000원으로 낮췄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7만3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낮췄고,  키움증권은 26일 6만3000원이던 목표주가를 6만원으로 낮췄다.

    3월 중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증권사들은 모두 6만5000원을 넘기지 않았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기 위해 삼성증권으로 신규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들어 스마트폰으로 가입하는 비대면 계좌는 폭발적으로 늘어 최근 한 달 동안 신규 고객 수가 10만명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월평균 3만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으로, 현금지급 등 특별 이벤트가 아닌 상황에서도 월별 신규 고객이 10만명이 넘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신규 고객의 경우 10명 중 6명꼴로 삼성전자를 매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도 "지점에서 업무 과부화를 호소해 가급적이면 지점 방문을 통한 계좌개설 보다는 비대면을 통한 개설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저가매수 열풍 이면에 금융사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고려한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주식 거래 경험이 없는 투자자들까지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며, 이는 또 다른 위험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자금들이 몰리고 있다는 점이 시장에 나쁜 요소는 아니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증권에서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삼성전자를 통한 초심자 행운이 이어지기에는 시장에 불안요소가 많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