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와이파이 VS 요금인가제 폐지 격돌해외 사업자 역차별 문제, 방송 공정성 관전 포인트포괄임금제 폐지, 근로환경개선 정책 눈길전문가들 "재탕 삼탕 공약 그쳐... 구체성 결여 선심성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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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5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인 정보통신(ICT) 관련 공약에 눈길이 쏠린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매년 단골 공약으로 꼽히는 '통신비 인하' 정책은 물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소프트웨어(SW)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 속에서 ICT 신산업 지원의 제도화를 추진해 기업과 국민들의 편의를 도모해 나가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약 대다수가 과거에 이미 발표한 바 있거나, 구체적인 재원 마련이 명시되지 않으면서 유권자 표심잡기에 급급한 '무늬만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무료 와이파이 VS 요금인가제 폐지...실효성 글쎄

    통신 분야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공공 '무료 와이파이'를, 통합당은 '통신요금인가제 폐지'를 각각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가계통신비 절감 일환으로 국민이 가장 체감하기 쉬운 휴대전화 요금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무료 와이파이 5만 3000여개를 구축, 데이터요금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일부 지역 시내버스와 학교 등지에 운영되고 있는 무료 와이파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 민주당은 총 5780억원을 들여 전국 버스정류장, 터미널, 철도역, 박물관, 미술관 등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이다. 

    통합당은 통신요금인가제 폐지를 위해 '단말기호갱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은 인가제를 폐지해 통신사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면 요금 수준이 낮아져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전문 판매점 등에서 구매한 뒤 통신사에서는 요금제 가입만 하면 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 단말기 가격과 요금을 낮추기로 했다.

    이 밖에 민생당은 5G 인프라 확산을 위해 실내 커버리지를 확장하고, 6G 기술개발을 위한 산·학·연 공동연구를 지원하는 등 5G와 6G 선도를 위한 공약을 내놓았다. 정의당은 5G 맞춤형 보편요금제 도입과 주파수 경매대가 개선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공약이 통신비 절감에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는 한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들의 실생활에 체감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공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무료 와이파이의 경우 6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어떻게 집행할지가 관건이다. 2017년 말 기준 상용 와이파이는 37만 6211개에 달한다는 점에서 새로 구축할 와이파이의 유지보수 비용까지 감안했을 때 예산이 더 투입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또한 대다수의 이용자가 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통신비 절감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통합당의 요금인가제 폐지에 대해서도 통신사 간 담합을 없애고 경쟁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지지하는 분위기지만, 시장 1위 사업자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금인가제가 민간에 이양된 통신서비스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도 제조사와 유통점 사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으로 법적 강제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높다.
  •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제1호 공약인 무료 와이파이 전국 확대 방안하고 있다.ⓒ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제1호 공약인 무료 와이파이 전국 확대 방안하고 있다.ⓒ연합뉴스
    ◆ 해외 사업자와 역차별 문제, 방송 공정성 담보 관전 포인트

    글로벌 플랫폼 환경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국외 사업자를 국내법으로 규제하려는 것에 대한 실효성 의문은 끊이질 않았다. 이에 민주당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 최소화에 초점을 맞췄다. 

    주요 내용을 보면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통합 대가 산정 기준' 마련 ▲글로벌 콘텐츠·플랫폼사업자의 합당한 정보통신망 이용대가 부과 등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기준 적용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 ▲글로벌 콘텐츠·플랫폼사업자의 국내 규제의 집행력 확보를 위한 국내 대리인 제도 도입 등이다. 

    이와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 확대, '유료방송콘텐츠활성화위원회' 구성·운용 등도 내걸었다. OTT 미디어 환경 속 관련 플랫폼에 태울 수 있는 콘텐츠 자체 제작 능 력 필요성을 정치권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미디어정책을 관장하는 기관이 분산돼 있는 것을 막기위한 미디어 전담부서 일원화도 다짐했다. 

    통합당은 방송 공정성을 다잡겠다는 심산이다. 먼저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한다. KBS, MBC, EBS의 이사를 늘려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편파성 논란이 일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폐지하고 '뉴미디어위원회' 신설을 약속하기도 했다. 뉴미디어위원회는 방송사업자의 허가 및 재승인 등 기존 업무를 맡고, 방송통신심의 기능은 축소한다는 게 골자다. 재정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를 위해 대기업 소유 지분 제한을 10%에서 30%로, 영상콘텐츠 산업에서도 공제제도를 만드는 규제 개혁안도 제시했다.

    정의당은 성 평등에 초점을 맞춰 눈길을 끈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공영방송 이사 임명시 특정 성별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젠더 정책담당관제를 도입하고, 공영방송 이사회에 지역별 대표를 포함시키되 성별 다양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아울러 포털 업계를 지칭한 공약들은 없었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공약들을 내세우며 그 맥을 같이했다. 

    민주당의 주된 키워드는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으로 ▲SW, AI 등 중심 분야에 대한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를 통해 산·학·관의 공동체 형성 및 상호 가교 역할을 전담할 수 있는 '전문직제' 도입 ▲SW분야 불공정 거래행위 방지를 위한 표준계약서  이용 의무화 및 미이행 시 처벌강화 입법방안 마련 ▲AI 분야 고급인력의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 ▲AI 정책·전략 전담기관 설립 추진 등을 내세웠다. 

    통합당은 ▲4차산업역명 일자리 특별법(일자리 100만개 창출) ▲국가사이버안전기본법 제정 및 범부처 콘트롤타워 구축 ▲양자암호 등 차세대 보안 5G 통신망 등에 적용할 제도적 지원책 마련 등을 발표했 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2월 디지털 분야 정책개선 방향을 담은 공약 제안서를 마련, 각 당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많은 제안들이 공약서에 담겼다는 평가다.  

    당시 제안한 인기협의 주요 공약은 ▲국민이 체감하는 규제 패러다임 전환 ▲데이터경제 시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인터넷기업 친화적 경영 환경 조성 ▲구시대적 정부조직 교체, (가칭)디지털경제부 신설 ▲4차 산업혁명 시대 먹거리, 콘텐츠 산업 활성화 정책 등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이미 제기된 재탕 공약일 뿐 사실상 실천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디어와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관련 공약들은 사실상 이전 국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논의들"이라며 "이번엔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미디어방송 산업 공약 파트(왼쪽), 정의당 게임 공약 파트. ⓒ총선 정책공약집 캡처.
    ▲ 더불어민주당 미디어방송 산업 공약 파트(왼쪽), 정의당 게임 공약 파트. ⓒ총선 정책공약집 캡처.
    ◆ '포괄임금제 폐지' 등 게임 공약 눈길… "관심 줄었다" 아쉬움도

    게임 분야에서 각 정당들은 게임 관련 산업의 근로환경 개선 및 생태계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우선 이번 총선에서 게임산업에 대해 가장 세부적인 공약을 밝힌 정당은 정의당이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국내 대표 게임 규제로 꼽히는 '셧다운제' 폐지와 함께 게임업계 근로감독 강화 및 근로조건 개선, 플랫폼사의 수익 분배비율 축소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정의당의 21대 총선 공약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은 포괄임금제 폐지다. 포괄임금제의 경우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연장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거나 정액으로 지급하는 제도로, 지난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업계 노조 설립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됐다. 정의당은 근로기준법에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 이른바 '공짜노동'을 철폐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의당은 ▲주 52시간을 뛰어넘는 특별연장근로 폐지 ▲불공정 관행 및 경영비리 신고를 위한 신고창구 운영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노동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체계 마련 ▲SW 프리랜서 노동권 보호대책 마련 등 게임업계 근로환경 개선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외에도 게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공약으로 정부의 모태펀드 게임분야 출자액 2배 증액, 1인·중소 개발사 대상 플랫폼사 수수료율 인하 추진, 글로벌 판로 개척 지원 등을 내걸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경우 총선 공약집에서 게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게임산업과 궤를 같이 하는 SW(소프트웨어) 또는 벤처산업 진흥을 위한 공약들을 마련한 상태다. 민주당은 'SW 강국 Korea'를 목표로 SW 교육 확산을 비롯 SW 인재 육성, SW 관련 중소·스타트업 지원 강화, 'SW 전문직제' 도입 등을 주요 공약으로 채택했다. 통합당은 벤처기업 규제환경 개선,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육성, 벤처 교육 강화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대 총선에 비해 게임업계를 대변하는 공약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아쉬운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당시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지역 게임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 불균형 해소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공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21대 총선의 경우 정의당의 게임업계 근로환경 개선과 관련한 공약을 제외하면 셧다운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 현안 해결을 앞세운 공약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지난 총선에 비해 각 정당이 게임산업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비춰져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