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긴급대출 소극적…한도 축소 조치외국계은행 할당금 50억원, 시중은행 몫으로매년 배당 잔치…수익 족족 외국 본사로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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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에 소극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챙긴 이익을 고스란히 외국으로 보내며 고액 배당 논란이 끊임없는 상황에서 고객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진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의 이차보전 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했다. 두 은행이 대출 취급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다.

    이차보전 대출은 금융당국이 영세 소상공인의 자금지원을 위해 최저 연 1.5% 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1차 금융지원 상품이다.

    SC제일은행은 기존 33억원에서 5억원으로, 씨티은행은 25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었다. 축소된 액수 외 남은 50억원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에 각각 10억원씩 추가되면서 외국계은행 부담을 떠안게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계지만 국내에서 영업하는 만큼 정부 지원에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아닌 것 같다"며 "현재 판매 중인 대출이라 큰 타격은 없으나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하는 만큼 향후 부실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현재 소상공인은 이차보전 대출을 통해 원금의 연 1.5% 이자만 내면 되지만, 정부 지원이 끝나는 1년 뒤에는 대출금리가 뛰어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부실에 따른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 은행이 기존에 책정한 금리를 받아야 하는 만큼 외국계은행이 소상공인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고객 발길을 막은 영향도 있다.

    SC제일은행은 7%대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으며, 씨티은행은 5%대였다. 5대 은행 가운데 금리가 3%대로 가장 저렴한 농협은행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배 가까이 난다.

    이에 외국계은행은 당국에서 정부지원 예산의 조기집행을 위해 은행 실적에 따라 재배정한 것이며, 고객들이 해당 대출을 활발히 이용하지 않을 뿐 한도 축소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다양한 형태로 정부정책에 맞춰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국계은행의 수년간 고배당 행태를 보면, 돈은 국내에서 벌면서 정작 경영난을 호소하는 고객 지원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외국인 지분율이 100%인 만큼 배당을 높게 잡을수록 본국으로 흘러가는 돈이 많아진다. 특히 적자가 난 연도에도 배당을 중단하지 않거나, 그해 순이익보다 3배가량 높은 금액을 배당하기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씨티은행의 최대주주는 미국 기업인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OIC)'으로 지분 99.98%를, SC제일은행은 영국에 본사를 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북동아시아 법인(SC NEA)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2018년 9341억원의 배당 잔치를 벌였다. 배당성향은 무려 303.9%로 국내에서 거둔 이익의 세 배가량이 고스란히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다만, 작년에는 기존에 결의한 1146억원에서 43.1%를 감액한 652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액을 갑작스럽게 줄인 배경으로는 금융당국의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앞두고 있는 게 거론된다.

    금융당국이 매년 씨티은행의 과도한 배당금을 압박하며 배당 과정의 적정성에 대해 지적해온 만큼 당국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SC제일은행도 고배당 성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550억원의 배당을 했으며, 배당성향은 208.3%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3144억원으로, 순이익의 두 배가량을 본국으로 송금했다.

    외국계은행은 그동안 금융당국의 방침에 잘 따르지 않아 질타를 받기도 했다. 씨티은행의 경우 유동성 공급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에 참여하지 않았고, 긴급재난지원금 카드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씨티은행 관계자는 "본국의 미국 금융관련법 준수로 직접투자나 출자가 허용되지 않아 채안펀드의 적절한 자금지원 세부 방안을 당국 및 유관기관과 협의하고 있다"며 "재난지원금은 포인트 충전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아 전산개발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은행이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시중은행과 같이 고통을 부담하고 금융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고객 금융지원은 나몰라라 한 채 수익성 확보에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