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1.2조 추가 지원 결정… 총 3.6조원전 대신 LNG·풍력 기업 전환 옵션밥캣과 인프라코어 추가 매각은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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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성 위기가 고조됐던 두산중공업이 한시름 놓게 됐다. 채권단이 지난 1일 1조2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숨통은 트였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이제부터 친환경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서 자립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 경우 원자력 비중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추가 자금 지원으로 두산밥캣, 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매각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두산중공업에 여전히 근심이 드리우는 이유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 1일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하고 1조2000억원의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이로써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으로부터 총 3조 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앞서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2조4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 3월말 1조원, 4월 80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수출입은행 역시 4월 외화채권 6000억원 만기 연장을 결정했다.

    추가 자금 지원으로 유동성 위기는 해소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의 올해 만기차입금은 4조2000억원 정도인데 자금 지원과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갚을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앞으로 자구안 이행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두산그룹은 1일 추가 자금 지원이 결정된 직후 짧은 입장문을 내고 "“채권단에 감사를 표한다"며 "“최대한 신속하면서도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자구안 이행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 4월 자산 매각, 유상증자, 제반 비용 축소 등을 통해 3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한 바 있다.

    자생력 강화는 앞으로 두산중공업이 풀어야 하는 최대 숙제다.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두산중공업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경영정상화 방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두산중공업 역시 가스터빈 발전사업,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을 큰 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획기적 개편에 속도를 내겠단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 경우 원자력 비중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급기야 원자력 사업을 완전히 접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원자력 발전설비 분야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중공업 시절부터 지난 30년간 업력을 쌓아오면서 국내 원전 발전 부문 시장점유율은 100%에 달한다.

    이런 두산중공업이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가장 잘하는 원전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 것.

    이번 사업개편의 주축인 LNG발전용 가스터빈으로 수익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세계에서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개발에 성공하는 등 초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등 3대 기업이 세계 가스터빈 시장을 70% 이상 독식하고 있어, 걸음마 단계인 두산중공업이 수익을 내기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추가 자금 지원으로 채권단의 자산 매각 압박이 심해질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산업차량, 모트롤, 골프장 등 팔 수 있는 자산은 대부분 매각대상에 올렸다. 두산베어스, 두산밥캣,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는 매각하지 않겠다는게 현재까지의 방침이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 매각 없이는 차입금과 별도로 필요한 명예퇴직금 등 구조조정 비용과 운영자금을 대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결국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해 두산밥캣이나 두산인프라코어 등 알짜 회사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게 재계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사업재편에 따른 경쟁력 확보, 주요 계열사 매각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