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회복세 보일 때까지 완화적 운용중장기전략 ‘BOK 2030’ 실행 위한 혁신 강조
  • ▲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한국은행
    ▲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창립 70주년을 맞이했다. 1950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데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는 자축보다는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상황에 대한 경계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12일 ‘창립 제70주년 기념사’를 통해 “지금 전세계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보건 위기를 겪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역시 동요하고 세계교역이 급감한 가운데 주요국 경제가 침체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도 소비와 수출이 크게 부진하면서 상반기 중 역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국은행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충격이 우리 경제에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전례 없는 획기적인 조치를 단행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낮추고 미 연준과의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 대출과 무제한 RP 매입 등 달러 및 유동성 공급을 대폭 확대했다.

    이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중개지원 대출을 늘리는 한편 신용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과 회사채·CP 매입기구에 대한 대출을 실시했다.

    이처럼 한국은행이 직접 금융지원에 적극나서고 있지만, 실물경제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기 힘들 것이란 게 이주열 총재의 생각이다.

    이주열 총재는 “앞으로 코로나의 전개 양상에 따라 실물경제의 회복 시기와 속도가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코로나 위기는 앞으로의 경제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놨다.

    이어 그는 “물적자본 축적에 의존하는 과거의 성장 패러다임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위기 극복 후에도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활발히 발휘되도록 해 지식과 기술에 기반하는 생산성 주도의 성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임직원들에게 중앙은행으로써 기본적 역할에 충실히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주열 총재는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과 원활한 신용흐름 유지를 위해 필요시에는 금리 이외의 정책 수단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선 “예비적 저축 유인 증대, 부채 누증에 따른 수요 둔화, 그리고 디지털 경제 가속화로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통화정책 운영체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주요국 중앙은행의 논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이에 대한 연구를 진척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화폐에 대한 경각심도 당부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페이스북의 리브라 논란에서 보듯이 디지털 혁신이 민간부문을 넘어 중앙은행 고유의 지급결제 영역까지 파급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자는 의도다.

    이 총재는 “현재 진행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관한 연구, 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결제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실시간 총액결제방식의 신속자금이체 시스템을 직접 구축·운영하고 있는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장기 전략으로 설정한 ‘BOK 2030’을 통해 한국은행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할 것을 다짐했다.

    이주열 총재는 “직원 개개인을 맡은 바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육성하는 한편 조직의 유연성과 시너지를 제고함으로써 한국은행의 정책역량을 극대화하자”며 “무엇보다 복잡다기화되는 금융·경제 현안에 대응해 한국은행의 핵심역량인 조사연구의 수준을 한층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