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삭감' '동결' 의견 분분… 노동계는 단일안 마련내달 1일 제4차 전원회의 개최… 최초안 제시 후 본격 협상'업종별 차등 적용' 표결 끝에 부결… 반대 14·찬성 11명
  • ▲ 험난한 최저임금 논의.ⓒ연합뉴스
    ▲ 험난한 최저임금 논의.ⓒ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경영계 견해차로 최초 요구안도 내지 못한 채 법정심의 기한을 넘기게 됐다. 노사는 다음 달 1일 제4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내놓기로 했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노사 간 줄다리기는커녕 경영계와 노동계가 내부 교통정리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논의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에는 지난 11일 첫 회의에 불참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을 포함해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등 27명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이 법정심의 기한인 데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 25일 "다음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사는 이날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동결과 삭감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사용자위원 간 의견이 분분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업계는 코로나19 위기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인상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오세희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회장은 "(현 시국은) 최저임금 인상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했다. 지난해 경영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4.2% 삭감을 제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세계 금융위기 때와 비교되는 가운데 당시도 최저임금이 '동결'된 사례가 없다는 게 경영계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 ▲ 대화하는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과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연합뉴스
    ▲ 대화하는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과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연합뉴스
    노동계는 양대 노총이 단일 요구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지난 19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을 올해(8590원)보다 25.4% 오른 1만770원으로 정했다. 내년도 노동자 가구의 실제 생계비가 225만7702원으로 추산된다며 이를 참작하면 최저임금이 월 환산액으로 225만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그동안 노동계 공동 요구안을 내놓던 관행을 깨고 단독으로 요구안을 제시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재발 방지를 촉구한 뒤 공동 요구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동계 단일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요구안은 1만원에 육박하지만, 1만원을 웃돌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24일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해 인상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 제시안이 지급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요구안이라는 비판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노사 양측이 법정심의 기한 내 최초 요구안을 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도 법정 기한을 넘긴 7월3일 제8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이 나왔다. 경영계는 애초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4.2% 인하안을 내놨다. 노동계는 전날 2018년보다 19.8% 오른 1만원(월 환산액 209만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위는 다음 달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원회의를 다시 열고 심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오는 8월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고시 전 이의신청 등을 고려하면 다음 달 15일까지는 심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 ▲ 최저임금 전원회의.ⓒ연합뉴스
    ▲ 최저임금 전원회의.ⓒ연합뉴스

    이날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반대 14표, 찬성 11표, 기권 2표였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은 모든 업종에 같은 금액을 적용한다.

    경영계 특히 소상공인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지급능력에 한계가 온 만큼 내년에는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면 추진이 어렵다면 한두 개 업종이라도 시범 적용하자는 의견이었다.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2개 업종 그룹을 설정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 적이 있다. 이후로는 모든 업종에 단일 임금을 적용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노동계는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말 그대로 최저임금인데 여기에 1등 최저임금, 2등 최저임금 이런 식으로 나누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를 유발하고 관련 자료조사가 부족하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