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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중국이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처리를 강행하면서 미·중간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한다고 즉각적인 행동에 나선 상태여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중 갈등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출선을 다변화해 중국 수출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회의 마지막 날인 30일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전인대 상무위는 지난 28일부터 홍콩보안법 초안을 심의해왔다. 전인대 상무위는 홍콩의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홍콩보안법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기에 형식적인 심의절차만 남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중화권 언론매체들은 홍콩보안법이 홍콩 주권 반환 기념일인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애초 일러야 8월께 법이 시행될 거라는 분석이 제기됐던 것을 참작하면 중국이 미국의 으름장에도 법제화를 위한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내용으로, 홍콩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미국은 홍콩보안법 통과가 가시화하자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 시각)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수출 허가 예외 등 홍콩에 특혜를 주던 미 상무부 규정이 중단됐다"면서 "추가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미국이 국방 물자 수출 중단과 첨단제품에 대한 홍콩의 접근 제한 등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과 관련해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면서 그동안 홍콩에 대해 부여했던 낮은 관세, 비자조건 완화 등 각종 특별대우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만들어 비자발급과 투자 유치, 법 집행 등에 있어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달리 특별대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제거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각적인 조처보다는 다소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경고 수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를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당시 증시도 이를 반영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경고에도 홍콩보안법 통과에 속도를 내자 미국도 즉각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
뜨거운 감자인 홍콩보안법이 시행을 앞두면서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중 갈등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글로벌 확산으로 세계 교역이 위축돼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악재가 겹친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ID)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국내 정치 상황이 어려워지자 외부로 공격의 시선을 돌리려고 중국이라는 커다란 적을 활용하는 측면이 없잖아 보인다"면서 "문제는 이번 사태가 미 대선이 끝난다고 해서 해결될 거로 보진 않는다.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부산은 미국에는 도전이고 이런 위기의식은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다. 단기간에 경제적으로 풀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홍콩은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높다. 중국 26%, 미국 10%, 홍콩 8%쯤으로, 중국과 홍콩을 합치면 33~34%에 이른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홍콩이 미국의 특혜 철회로 금융허브 기능이 약화하면 홍콩을 통한 교역이 줄고 기업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일본은 내수가 75%를 차지하지만, 우리는 수출의존도가 높다"면서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의존도를 동남·서남아시아, 인도 등으로 돌려 시장을 확대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미·중 무역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도 "우리나라의 중국 수요 의존도가 높다"면서 "이는 한국 경제에 그리 좋은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수출선 다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선 홍콩보안법이 한국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콩을 거치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 우리 기업의 대미수출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견해다. △석유화학 △가전 △의료·정밀 △광학기기 △철강 △플라스틱 등이 중국보다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품목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