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미래주유소 사업 맞손2004년 각자도생 이후 동맹전선 재구축 활발구광모-허세홍, 세대교체 불구 신사업 발굴 잇따라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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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신사협정'을 맺은 이후 '각자도생'의 길을 걸은 LG그룹과 GS그룹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암묵적으로 동종 분야에서 경쟁을 피하던 양 그룹이 새로운 협력체계 구축에 시동을 걸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사협정' 이후 무색해진 '동업자 정신'이 세대교체를 계기로 다시 물꼬를 트고 있다는 평가다.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와 LG그룹 계열사가 잇따라 협업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GS칼텍스는 LG화학과 전기차 업계 파트너들과 손잡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 특화 서비스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이번 업무협약은 충전소에서 수집한 전기차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배터리 특화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우선적으로 배터리 안전진단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이 서비스는 기차(그린카, 케이에스티 모빌리티)가 GS칼텍스 충전소에서 충전을 진행하는 동안 주행 및 충전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LG화학 빅데이터 분석 및 배터리 서비스 알고리즘을 통해 배터리의 현재 상태와 위험성을 확인하여 충전기(시그넷이브이)는 물론 운전자의 휴대폰(소프트베리)에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2021년까지 실증 사업을 완료한 후 국내 서비스 사업을 런칭하고, 2022년부터 해외 충전 시장으로 배터리 특화 서비스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앞서 지난해 5월에는 LG전자와 국내 전기차 이용환경 개선과 저변 확대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GS칼텍스는 전기차 충전인프라의 전반적인 운영을 수행하고 LG전자는 전기차 충전인프라 종합 솔루션(EV Charging Infra Total Solution) 개발을 맡았다.이 같은 협력은 배터리 등 전기차 분야에 힘을 쏟는 LG그룹과 주유소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맞춰 주유소의 탈바꿈을 시도하는 GS칼텍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GS칼텍스의 경우 수익성의 한계에 직면한 주유소를 새로운 형태의 미래형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재계에서는 사업적인 측면 외에도 또 다른 이유에서 이번 협력을 주목한다. '범 LG가(家)'를 대표하는 젊은 경영인인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뭉쳤다는 점에서다.LG와 GS는 지난 2004년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일종의 상호불가침 조약인 '신사협정'을 맺었다. 5년 후인 2009년 약속기간은 끝났지만 양 그룹은 경쟁을 자제해 왔다.그러다 사업확대 일환으로 M&A(인수합병) 시장에서 맞붙은 전적과 GS칼텍스가 석유화학 사업을 추진하면서 동맹관계 균열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사실상 신사협정은 명분만 남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그러나 이번 협력으로 선대때부터 이어진 화합·신뢰의 동업관계를 계승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구 회장과 허 사장은 LG그룹 공동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고 허만정 회장의 증손자다.LG그룹을 대표하는 구씨 가문과 GS그룹을 대표하는 허씨 가문의 동업은 1대인 구인회-허만정 회장부터 3대인 구본무-허창수 회장까지 이어졌다.지난 57년간 불협화음 없이 이뤄낸 동업관계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계열분리 과정 또한 별다른 잡음없이 합리적이고 순조롭게 진행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재계 관계자는 "LG그룹 계열사와 GS칼텍스의 협력은 신성장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