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결렬 발표김 장관 직접 나서 M&A 성사 촉구에도 불발이스타 청산 가능성 ↑… 1200여명 대량실직 우려자본시장·경제논리 무시한 무리한 개입 지적도
  • ▲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연합뉴스
    ▲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연합뉴스

    잇따른 부동산정책 실패로 코너에 몰린 김현미호 국토교통부가 이번엔 항공사간 인수·합병(M&A) 갈등에 중재자로 나섰다가 빈손만 털고 주저앉았다. 일각에선 애초부터 무리한 개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먼저 플랜B(대안)를 내놓아야 한다며 관망하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상도 항공정책실장이 나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결렬과 그동안 국토부의 중재 노력에 관해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M&A 결렬에 대해 이스타항공에서 먼저 플랜B를 발표해야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간 협의를 통해 지원이 가능하다는 태도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정부지원을 바탕으로 국내선 등 운항가능한 최소 노선을 재개해야 한다는 견해다. 최소한의 국내선을 운항하며 제3의 인수자를 찾는 등 기사회생할 기회를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선 재개를 위해선 지난 5월말 상실된 국토부 운항자격증명(AOC)을 다시 획득해야 한다. 항공기 리스 등 관련 비용으로 최소 500억원이 들 거라는 계산이다. 김 실장은 "AOC 재획득기간은 3주쯤이면 충분할 것"이라며 "운항재개 계획을 마련해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문제가 없을 경우 재발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선 M&A가 무산되면서 자력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이 결국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거라는 의견이 많다. 직원들의 체당금 지급을 위해선 전제조건으로 법정관리 신청이 있어야 하는데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적잖다. 김 실장은 "이스타항공이 파산이나 폐업에 이르게 되면 국토부가 지원할 부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 ▲ 이스타 셧다운, 매각 무산 관련 집회를 갖는 노조원들.ⓒ연합뉴스
    ▲ 이스타 셧다운, 매각 무산 관련 집회를 갖는 노조원들.ⓒ연합뉴스

    국토부는 난처한 상황이다. 중재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김현미 장관이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직접 만나 M&A 성사를 촉구한데 이어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고용노동부와도 협력에 나섰지만 결국 중재에 실패했다.

    김 장관으로선 잇단 부동산정책 실패로 또다시 교체설이 불거진 가운데 중재 결과마저 좋지 않아 모양새가 더 나빠졌다. 당장 M&A 결렬로 이스타항공 직원 1200여명의 무더기 실직사태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김 장관으로선 일자리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에서 대량 실직사태가 달가울리 없다.

    애초 국토부 개입이 무리였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 실장은 "이스타항공은 채권단이 없는 상황으로 산업은행이 직접 관여하기 어렵다"면서 "국토부가 중간에서 중재역할을 해온 이유"라고 했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직접 금융지원을 해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의견이다. 김 실장도 "화물수송을 하지 않는 저비용항공사(LCC)로선 코로나19로 국제선 여객운송이 멈추면서 운영자금이 부족해 금고가 비는 상황"이라며 "항공시장이 언제 어떻게 회복되느냐가 중요한데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업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자금난이었음을 인정했다.

    국토부가 운수권 배분 등을 통해 항공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해도 M&A가 자본시장의 영역에서 경제논리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국토부가 간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정부의 지원 약속에도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결정했다. 김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우한 폐렴)로 국제선 운항이 97%나 떨어지다 보니 제주항공도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정부 지원금도 나중에 갚아야 할 부채라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보다도 국토부가 개입할 여지가 좁은 실정이었다. 김 실장은 "이스타항공은 미지급금이 협상 초기 800억원대에서 2배 이상 늘어났다"면서 "리스·정유사 등 채권자와 적극적으로 해결해 빚을 일정 부분 탕감받았더라면 제주항공의 인수 재무 부담이 줄었을 텐데 채권자와 협의가 잘 안 돼 아쉽다"고 했다.

    김 실장은 "(국토부가) 중재에 나서지 않으면 뒷짐만 진다고, 적극 나서면 민간기업간 계약에 관여한다는 지적이 나왔을 것"이라며 "그동안의 중재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려우나 지난 2월부터 양측 사장을 여러차례 만나 임금체불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등 초기부터 거래가 성사될 수 있게 지원해왔다"고 말했다.